코로나 덮친 베이징…검사소는 장사진, 상점가는 을씨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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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0-12-2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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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징·순이구 이틀새 110만명 검사

  • "밥 먹다 급히 귀가" 위기감 팽배

  • 한인 밀집지역서 발생, 불안 고조

  • 2시간 넘게 대기, 검사는 3초만에

  • 감염경로 복잡, 슈퍼 전파자 우려

지난 26일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에 설치된 임시 검사소로 입장하는 시민들(위)과 차례를 기다리며 대기 중인 사람들. [사진=이재호 기자 ]


금요일이자 크리스마스였던 지난 25일 베이징 차오양구의 복합 쇼핑몰 란써강완(藍色港灣)은 외식·쇼핑을 하거나 야경을 즐기러 온 인파로 붐볐다.

늦은 오후 베이징 보건 당국이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진 차오양구 왕징(望京)과 순이구 주민 전원을 대상으로 핵산 검사를 진행한다고 발표하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던 중국인 왕타오(王陶)씨는 "나도 왕징에 산다. 상황이 이렇게 엄중한지 미처 몰랐다"며 가족을 데리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저녁 7시를 갓 넘은 시간이었지만 삼삼오오 귀가를 서두르는 행렬로 출구가 붐비기 시작했다.

지난 14일부터 2주 넘게 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고, 하루 평균 감염자 수도 계속 늘어나면서 베이징 내 위기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특히 한인 밀집 지역이 감염의 진원으로 지목돼 교민 사회가 불안에 떨고 있다.

◆코로나 검사 속도전…교민들도 의무적

지난 6월 신파디(新發地)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시작된 집단감염 사태로 홍역을 치렀던 베이징은 6개월 가까이 본토 감염 사례가 없다가 지난 14일부터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다.

현재까지 13명의 감염자(확진자·무증상 감염자)가 발생했는데 차오양구 3명, 순이구 9명, 시청구 1명 등이다.

전날에는 확진자 5명과 무증상 감염자 1명이 추가로 확인됐다. 이번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된 이후 최대 규모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보건 당국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26~27일에 걸쳐 차오양구 왕징 지역 주민 30만명과 순이구 주민 80만명을 상대로 코로나19 핵산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아파트 단지와 공원, 광장 등에 천막으로 만든 임시 검사소가 등장했고, 한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왕징에만 42곳의 검사소가 설치됐다.

면봉으로 입안을 훑는 식이라 검사는 3~4초 만에 끝나지만, 대기 인원이 워낙 많아 2시간 이상 줄을 서야 차례가 돌아온다.

다만 한국인 등 외국인은 별도의 등록 절차를 거쳐 짧은 시간 내에 검사를 마칠 수 있다. 기자가 가족과 함께 방문한 '다왕징공원 검사소'의 경우 외국 국적자를 따로 관리하는 직원이 있었다.

여권 정보와 휴대폰 번호 등을 제공하고 QR코드를 받은 뒤 검사소에 입장해 검사를 마칠 때까지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다수가 밀집할 수밖에 없는 학교·기관·기업 등은 등교와 출근을 앞두고 부산해졌다. 왕징 내 학교들은 이날까지 검사를 받지 못한 학생을 대상으로 월요일인 28일 교내에서 검사를 진행한다.

교사들은 학부모에게 검사 예약을 했는지, 실제로 검사를 받았는지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증빙을 요구했다.

차오양구 측은 전날 검사한 23만명 전원이 음성이었다고 밝혔지만, 왕징 시내 분위기는 여전히 썰렁하다. 상점과 식당 모두 손님이 확연히 줄었다.

왕징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교민은 "올 초 코로나19 확산이 극에 달했을 때 매출이 90% 이상 급감했다"며 "이제 겨우 안정을 찾았는데 같은 상황이 또 벌어지면 더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27일 오전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에 설치된 임시 검사소 앞이 검사를 받으러 온 인파로 붐비고 있다.[사진=이재호 기자 ]


◆감염 경로 복잡…최악의 연말 분위기 

확진자 발생과 무관한 지역도 긴장감이 팽배하기는 마찬가지다.

베이징 당국은 극장 등 다중 이용 업소와 대중교통의 수용 정원을 제한했다. 극장은 전체 좌석의 75%에 한해 입장이 허용된다.

베이징의 대표적인 테마파크 환러구(歡樂谷)는 28일부터 야간 개장을 중단하고, 오는 31일로 예정된 송년 음악회도 취소했다.

보건 당국은 연말연시 베이징 밖으로 나가지 말 것을 권고하는 한편 각종 행사나 기업 회식 등도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지난 14일 홍콩에서 베이징으로 건너온 남성이 확진 판정을 받고, 해당 남성이 방문했던 식당 종업원 2명이 추가 확진될 때만 해도 이번 확산세가 조기에 진화될 줄 알았다.

하지만 이후 역학 조사가 쉽지 않은 감염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역도 광범위하고 직업도 공장 근로자, 대기업 직원, 택시 기사 등으로 다양하다.

진둥옌(金冬雁) 홍콩대 생물의학학원 교수는 "베이징에서 발생한 많은 병례의 경우 감염병학적으로 연관성이 없다"며 "다수의 감염원이 존재한다는 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계심을 높여야 하며 특히 슈퍼 전파자의 출현을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방역 등급의 상향 조정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펑즈젠(馮子健) 국가질병예방통제센터 부주임은 "(방역 등급을 높이는 건) 현 시점에서 불필요하다"며 "현재의 조치로 충분히 실효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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