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과 국민을 우리 외교의 최고 가치로 삼아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실용 외교를 펼쳐나가고자 한다.” (문재인 대통령, 2017년 12월 19일 국무회의)
온 세계가 전대미문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 국가운영전략을 다시 세우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의 생각은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 시대에 맞는 정책 수립에 나선 셈이다.
한국 외교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19로 무너진 경제 회복을 위해선 지금보다 좀 더 과감하고 적극적인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그동안 추구했던 ‘중립’의 자세를 버리고, 세계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과 중국, 두 국가 중 한 곳을 선택하란 얘기가 아니다.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하듯 일정 부분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국익과 국민을 위한 한국만의 원칙이 담긴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의미다. 다시 말하면 ‘실사구시의 실용 외교’를 외치던 초심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반 한반도의 안보와 평화, 경제발전에 활력을 불어넣는 외교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임기 만료 1년 남짓 남겨둔 31일 현재 정부는 미·중 패권경쟁 장기화 속 ‘전략적 모호성’이란 모호한 외교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 안전과 권익 보호를 위해 정부 각 부처가 합심해 한국 외교가 한 단계 더 도약하겠다는 각오의 뚜렷한 결과물도 찾아보기 힘들다.
미·중 간 힘겨루기에 흔들리지 않고, 손해 없는 ‘중립’의 외교정책을 펼친다는 ‘전략적 모호성’ 전략은 오히려 한국 외교의 숨통을 조였다. 미·중 간 눈치만 보다가 한국만의 목소리를 잃어버렸다는 지적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미·중 갈등 장기화와 함께 ‘외교통(通)’ 조 바이든 차기 미국 행정부 출범으로 한국 외교의 ‘중립’ 실효성이 사라졌다며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 전략 재정비 필요성을 언급했다.
미국과 중국이 같은 의제를 갖고 한국을 압박하는 만큼 정부의 중립 외교 시효는 끝났고, 새로운 외교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가 다자주의를 앞세워 도널드 트럼프 정부보다 더욱 정교하고 구체적인 대중(對中) 전략을 펼쳐 미·중 갈등이 한층 심화할 거란 전망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미·중) 양쪽에서 똑같이 한국을 ‘우군’으로 만들려고 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중립을 지키긴 어려운 상황이다. 미·중 사이에서 전혀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것도 유효하지 않다”면서 “한국도 수동적인 입장이 아니라 우리만의 원칙으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사드(THAAD·고고도방어미사일체계)도 원칙 없이 우왕좌왕하다가 ‘실기(失機)’한 것”이라며 “(더는 전략적 모호성으로) 그런 것을 반복하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특히 박 교수는 바이든 정부의 자유민주주의 회복 움직임을 반드시 반중(反中)노선으로 볼 수 없다며 미국의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제안했다. 단 선제적 외교원칙 수립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그는 “중국 역시 자유무역 원칙을 거론하고 있다. 이 역시 자유민주주의적 국제질서에 포함되는 것”이라며 개방된 세계화, 법치에 의한 다자주의 등 이런 원칙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선제로 정리해서 내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 미·중 갈등에 휘말리지 않고 경제적 자립을 이루기 위해선 한·중·일 3국 자유무역협정(FTA) 타결과 한·중 FTA의 후속협상 체결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중·일 3국은 2003년 FTA 공동연구를 시작, 2012년 11월 협상을 개시했다. 그러나 각국 입장 차로 지금까지 3국 FTA 체결이라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19년 11월 27~29일 서울에서 열린 16차 협상을 끝으로, 추가 논의도 중단한 상태다.
그러나 3국이 최근 세계 최대 FTA로 여겨지는 ‘역내포괄동반자협정(RCEP)’에 함께 참여하며 3국 FTA를 사실상 체결한 것과 다름이 없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다만 3국에 비해 개발 수준이 낮은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과 함께한 만큼 시장 개방 수준이 낮다는 비판도 존재, 한·중·일 FTA 체결 필요 목소리도 나온다.
김양희 국립외교원 경제통상연구부장은 “한·중·일 3국이 RCEP의 미래 발전 방향 모델을 제시하는 차원에서 3국 FTA를 추가로 체결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한국이 그간 한·중 양국 FTA를 통해 독점해온 중국 시장을 일본과 공유해야 한다는 점에서 3국 FTA 체결을 꺼려왔지만, RCEP 체결로 환경이 바뀐 만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뒤따랐다.
김 부장은 “한국이 일본과 손을 잡고 중국 내 많은 제도적 불투명과 비관세 조치 등 문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며 “미국이 3국 FTA에 반대 입장을 밝힐 수도 있지만, 시각과 접근 방법을 바꿀 때”라고 진단했다.
다만 이 같은 3국 FTA를 성사시키기 위한 조건으로는 한·일 갈등 해결이 우선 꼽힌다.
양국은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로 경제·안보 등 여러 방면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내년 일본 도쿄(東京) 하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한·일 갈등 상황을 타개한다는 목표를 세운 듯하다. 이를 위해 최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잇달아 일본에 급파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이를 두고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직접적 해결보다는 간접·우회적 해결을 꾀하는 게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갈등의 본질을 분석해 해결하려고 노력하기보다 도쿄 올림픽이라는 일회성 이벤트를 통해 한·일 관계 개선을 꾀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는 해석이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그런 모습이 오히려 한국이 일본을 이용해 성과를 만들려고 한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그렇게 해서는 한·일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최 위원은 “강제징용 문제 해결과 관련해서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좀 더 가시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한·일 양국 간 역사공동위원회 등을 예로 들었다.
김대중·오부치(小渕) 선언 이후 한·일 양국이 공동해결과제를 선정해 추진했던 것처럼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 역시 ‘한·일 관계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상호 간 실제 행동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온 세계가 전대미문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 국가운영전략을 다시 세우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의 생각은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 시대에 맞는 정책 수립에 나선 셈이다.
한국 외교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19로 무너진 경제 회복을 위해선 지금보다 좀 더 과감하고 적극적인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그동안 추구했던 ‘중립’의 자세를 버리고, 세계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과 중국, 두 국가 중 한 곳을 선택하란 얘기가 아니다.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하듯 일정 부분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국익과 국민을 위한 한국만의 원칙이 담긴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의미다. 다시 말하면 ‘실사구시의 실용 외교’를 외치던 초심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원칙 없는 중립 외교는 ‘毒’”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반 한반도의 안보와 평화, 경제발전에 활력을 불어넣는 외교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임기 만료 1년 남짓 남겨둔 31일 현재 정부는 미·중 패권경쟁 장기화 속 ‘전략적 모호성’이란 모호한 외교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 안전과 권익 보호를 위해 정부 각 부처가 합심해 한국 외교가 한 단계 더 도약하겠다는 각오의 뚜렷한 결과물도 찾아보기 힘들다.
미·중 간 힘겨루기에 흔들리지 않고, 손해 없는 ‘중립’의 외교정책을 펼친다는 ‘전략적 모호성’ 전략은 오히려 한국 외교의 숨통을 조였다. 미·중 간 눈치만 보다가 한국만의 목소리를 잃어버렸다는 지적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미·중 갈등 장기화와 함께 ‘외교통(通)’ 조 바이든 차기 미국 행정부 출범으로 한국 외교의 ‘중립’ 실효성이 사라졌다며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 전략 재정비 필요성을 언급했다.
미국과 중국이 같은 의제를 갖고 한국을 압박하는 만큼 정부의 중립 외교 시효는 끝났고, 새로운 외교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가 다자주의를 앞세워 도널드 트럼프 정부보다 더욱 정교하고 구체적인 대중(對中) 전략을 펼쳐 미·중 갈등이 한층 심화할 거란 전망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미·중) 양쪽에서 똑같이 한국을 ‘우군’으로 만들려고 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중립을 지키긴 어려운 상황이다. 미·중 사이에서 전혀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것도 유효하지 않다”면서 “한국도 수동적인 입장이 아니라 우리만의 원칙으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사드(THAAD·고고도방어미사일체계)도 원칙 없이 우왕좌왕하다가 ‘실기(失機)’한 것”이라며 “(더는 전략적 모호성으로) 그런 것을 반복하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특히 박 교수는 바이든 정부의 자유민주주의 회복 움직임을 반드시 반중(反中)노선으로 볼 수 없다며 미국의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제안했다. 단 선제적 외교원칙 수립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그는 “중국 역시 자유무역 원칙을 거론하고 있다. 이 역시 자유민주주의적 국제질서에 포함되는 것”이라며 개방된 세계화, 법치에 의한 다자주의 등 이런 원칙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선제로 정리해서 내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중·일, RCEP 뛰어넘는 FTA 필요”
한국이 미·중 갈등에 휘말리지 않고 경제적 자립을 이루기 위해선 한·중·일 3국 자유무역협정(FTA) 타결과 한·중 FTA의 후속협상 체결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중·일 3국은 2003년 FTA 공동연구를 시작, 2012년 11월 협상을 개시했다. 그러나 각국 입장 차로 지금까지 3국 FTA 체결이라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19년 11월 27~29일 서울에서 열린 16차 협상을 끝으로, 추가 논의도 중단한 상태다.
그러나 3국이 최근 세계 최대 FTA로 여겨지는 ‘역내포괄동반자협정(RCEP)’에 함께 참여하며 3국 FTA를 사실상 체결한 것과 다름이 없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다만 3국에 비해 개발 수준이 낮은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과 함께한 만큼 시장 개방 수준이 낮다는 비판도 존재, 한·중·일 FTA 체결 필요 목소리도 나온다.
김양희 국립외교원 경제통상연구부장은 “한·중·일 3국이 RCEP의 미래 발전 방향 모델을 제시하는 차원에서 3국 FTA를 추가로 체결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한국이 그간 한·중 양국 FTA를 통해 독점해온 중국 시장을 일본과 공유해야 한다는 점에서 3국 FTA 체결을 꺼려왔지만, RCEP 체결로 환경이 바뀐 만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뒤따랐다.
김 부장은 “한국이 일본과 손을 잡고 중국 내 많은 제도적 불투명과 비관세 조치 등 문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며 “미국이 3국 FTA에 반대 입장을 밝힐 수도 있지만, 시각과 접근 방법을 바꿀 때”라고 진단했다.
◆“한·일 뇌관 ‘강제징용’, 우회 말고 담판”
다만 이 같은 3국 FTA를 성사시키기 위한 조건으로는 한·일 갈등 해결이 우선 꼽힌다.
양국은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로 경제·안보 등 여러 방면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내년 일본 도쿄(東京) 하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한·일 갈등 상황을 타개한다는 목표를 세운 듯하다. 이를 위해 최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잇달아 일본에 급파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이를 두고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직접적 해결보다는 간접·우회적 해결을 꾀하는 게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갈등의 본질을 분석해 해결하려고 노력하기보다 도쿄 올림픽이라는 일회성 이벤트를 통해 한·일 관계 개선을 꾀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는 해석이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그런 모습이 오히려 한국이 일본을 이용해 성과를 만들려고 한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그렇게 해서는 한·일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최 위원은 “강제징용 문제 해결과 관련해서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좀 더 가시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한·일 양국 간 역사공동위원회 등을 예로 들었다.
김대중·오부치(小渕) 선언 이후 한·일 양국이 공동해결과제를 선정해 추진했던 것처럼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 역시 ‘한·일 관계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상호 간 실제 행동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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