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사 간 재송신료(CPS) 갈등이 올해도 어김 없이 발생했다. 지상파가 꺼낸 카드는 주문형비디오(VOD) 공급 중단이다. 코로나19 여파로 TV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유료방송사들은 난처해졌다. 손 놓고 지켜보는 정부의 역할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28일 방송미디어 업계에 따르면, 지상파 3사는 LG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에 VOD 공급 중단을 빌미로 CPS 인상 협상을 진행 중이다. 기한은 이달 31일까지다. 지상파는 당초 이달 중순께 공급을 중단할 예정이었으나, 유료방송사들이 협상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태도를 보이자 한 차례 연기했다.
하지만 협상력이나 현 상황 등이 지상파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게 유료방송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매년 반복되는 공급 중단 압박에 결과적으로 항상 CPS는 올랐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1~2018년 지상파 재송신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2014~2015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상승했다. 상승률은 2011년 345억원에서 2018년 3184억원으로 무려 822%에 달한다. 지상파 방송사업 매출액 중 재송신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꾸준히 증가해 2018년 8.4%를 기록했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CPS는 280원에서 500원대까지 올랐다"며 "유료방송사들이 카드로 쓸만한 것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번에도 유료방송사들은 플랫폼의 채널 편성권 인정, 지상파 채널 패키지화, 플랫폼을 통해 확보한 지상파의 광고 커버리지 대가 등을 요구했으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런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다. 지난 7월 CJ ENM과 딜라이브가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을 두고 갈등을 빚어 블랙아웃 위기가 닥쳤을 때, 과기정통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일부에서는 지상파의 공급 중단 권한이 제한돼 있어 정부가 굳이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방송법에 KBS1, EBS 채널은 의무재송신 채널로 명시돼 있다. 만약 지상파 공급 중단이 발생할 경우 방통위가 사업자에 30일 이내 재개를 명령할 수 있다.
정작 방통위는 지상파와 유료방송사 간 CPS 인상 협상을 '사적 거래'로 보고, 개입 명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를 두고 지상파 입김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 주도의 직권조정을 위한 법안 통과를 추진 중이지만 실효성 논란이 빚어지고 있고, 방통위는 최근 KBS 수신료 인상 문제도 여론과 무관하게 지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잣대가 너무 불분명해 차별이라고 느껴질 정도"라며 "사적 거래라고 보고 개입을 안 할거면 어느 경우에도 반응하지 않아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정부는 이번 갈등 중재를 위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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