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대목은 인적 쇄신을 둘러싼 청와대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결’이 다르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큰 폭의 인적 쇄신을 통해 분위기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데 반해 상대적으로 청와대는 큰 움직임이 없어 보인다.
28일 인사와 관련된 보도들은 대부분 ‘여권 핵심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했다. 인사와 관련해 보안으로 함구하고 있는 청와대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민주당의 ‘희망사항’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직 의원 등 입각 수요가 민주당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당연한 현상”이라며 “지지율면에서도 민주당 쪽이 더 급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청와대 내부 기류는 이르면 이번주 신임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는 ‘원 포인트 개각’에 무게 중심이 있어 보인다.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감안해서도 1월 중순까지 순차적인 인적 쇄신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청와대는 지난 16일 추 장관의 사의 표명 사실을 먼저 공개했고, 법원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처분 집행정지를 인용하면서 추 장관의 사퇴는 기정사실화됐다. 다만 추 장관의 ‘아름다운 퇴장’을 위해서는 경질 뉘앙스를 줘서는 안 된다는 게 청와대 내부의 판단으로 풀이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최종 후보 지명이 되기 전에 추 장관의 사의만 수리할 경우, 사실상 경질의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공수처장 최종 후보 지명과 함께 추 장관의 퇴진이 가장 자연스러운 ‘그림’이라는 얘기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6차 회의에서 초대 공수처장 최종후보 2인으로 판사 출신인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과 검사 출신인 이건리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이 추천했다. 지난 7월 15일 공수처법이 시행된 지 166일 만이다.
후임 법무부 장관으로는 판사 출신의 3선 중진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거론된다. 박 의원은 윤 총장과는 사법 연수원 동기(23기)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택시기사 폭행 논란으로 멀어지는 분위기다.
이후 4개 안팎의 부처에 대한 추가 개각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김상조 정책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 개편도 단행될 것으로 점쳐진다. 어차피 교체 대상자는 이미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어느 시점에 교체될 지가 관건이다.
법무부 장관만 교체할 수도 있고, 다른 부처 장관들을 함께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교체 대상으로는 여권 내 서울시장 유력후보인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거론된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 후임으로는 정재숙 전 문화재청장이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유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 참모진 개편의 핵심은 노 실장의 거취다. 노 비서실장은 개각 시점에 맞춰 사의표명 등으로 퇴진을 공식화하거나 추가 개각이 마무리된 이후인 내달 중순께 자연스럽게 교체되는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노 실장의 후임으로는 우윤근 전 주러시아대사와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등이 상당 기간 동안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선 원조 친노(친노무현) 인사로 분류되는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 발탁될 가능성도 나온다.
종합해보면 결과적으로 ‘원 샷’이 아니라 내년 초까지 두 세 차례에 걸친 인적 쇄신이 이뤄진다. 오히려 인적 쇄신보다는 자연스러운 교체에 가까워 보인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인적 쇄신은 타이밍이 젤 중요하다는 점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문 대통령이 인사를 이렇게 지지부진하게 나눠서 한다는 것은 ‘마이웨이’를 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추 장관과 윤 총장으로 촉발된 이번 진영·이념 간의 갈등이 인적 쇄신으로 뒤바뀔 수 없다고 판단하거나, 알고서도 인사를 국면 전환의 기회로 삼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엄 소장은 “단기적으로는 지지율에 주는 영향이 미비할 수 있지만, 문 대통령이 인적 쇄신 카드를 버리는 것은 국정운영에 있어서 중장기적으로 부담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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