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도 유아교육 현장은 새로운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인 2019 개정 누리과정 적용을 시작하는 해였다. 현대의 유아교육 이론은 유아의 발달적 특징을 고려하여 유아가 흥미와 관심이 있는 주제나 내용을 놀이로 학습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을 원칙으로 운영되어 왔다.
그러나 유치원, 어린이집에서는 교육부, 보건복지부에서 설정한 3~5세 누리과정의 교육목표, 내용의 틀에 맞춘 수동적이고 교사 주도의 실내활동이 주로 이루어져 오면서 놀이형식의 교육활동이 이루어진 것이지 유아의 진정한 놀이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는 반성과 평가가 2019 개정 누리과정을 탄생하게 되는 배경이 되었다.
유치원, 어린이집의 유아들이 ‘언제 놀아요? 선생님, 이거 끝냈으니 지금부터 놀아도 돼요?’라는 말을 더는 하지 않게 유아교육, 보육 현장에서 유아들의 자발적인 놀이가 충분히 이루어져 아이들이 만족할 수 있게 보장하는 것이 큰 변화이다. 2019 개정 누리과정은 새 학기부터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시행에 어려움을 맞이하였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3월 개학이 연기되고 휴원 조치가 이루어지면서, 정상적인 유아교육, 보육이 진행되지 못하고 어린이집의 긴급보육으로 제한적 등원 조치가 반복되며, 유치원도 5월 개학과 더불어 등원과 원격수업을 병행하게 되고, 중앙방역 대책본부의 감염단계 조치에 맞춰 휴원과 등원을 조정하여 유치원 운영을 이어 왔다,
이런 코로나19 비상 상황의 장기화는 사회 전반에 어려움이 있지만, 유아교육·보육 기관에서도 여러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비상 방역 조치가 장기화하면서 긴급 돌봄 서비스 등의 이용률이 급격히 늘어난 후에는 학부모들의 불신과 다수의 정부 지침 수정 반복 등으로 서류의 과중화로 인해 업무에 있어 어려움을 겪었으며, 기관 내부의 끊임없는 방역관리와 소독, 직접 등원하지 않는 영유아의 가정 내 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연락 및 상담 학습물 제작으로 인해 과중한 업무량의 증대 또한 교직원들의 피로도를 증가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더욱 염려되는 것은 영유아들 놀이의 상실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유아들이 함께 모여 놀이하고 배우는 상황은 불가능해졌고 유아의 자발적인 놀이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도 어렵게 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놀이가 끊어진 일상은 유아들이 함께 모여 놀이하며 스스로 배워 갈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놀이 중심 교육과정의 방향’도 끊어 놓았다.
교실의 모습도 점차 변화되어 유아들이 함께 어울려서 놀이하던 모습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책상에 마스크를 쓰고 홀로 앉아 있는 유아들의 모습으로 대체되었다. 보건복지부의 긴급보육 대응 지침으로 유아 간 일정 거리 유지와 개별놀이 중심 운영이 제시되어 유아교육, 보육 기관은 방역을 중심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아이들의 자발적인 놀이를 통한 배움을 추구하는 2019 개정 누리과정은 시작부터 큰 암초에 부딪혔지만 좌초할 수 없는 가치이다.
EBS 뉴스G(2020. 06. 03)에서 ‘코로나19 시대에 주목받는 야외 교육’이라는 짧은 뉴스를 보도하였다. 밀폐된 실내보다 탁 트인 자연환경인 숲이나 녹지에서 유아 간 거리 유지하며 활발한 놀이와 활동이 가능한 야외 교육이 전염병 방역과 아이들의 교육활동이 효과적으로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더불어 신체 건강, 면역력 강화 등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코로나-19 상황에서의 대안 활동으로 고려할 만하다.
실제로 유아 숲 교육을 운영하는 유아교육, 보육 기관들은 방역을 철저히 지키며 숲 생태교육을 꾸준히 진행해 오고 있다. 놀이를 통한 유아들의 인지, 정서, 사회성, 신체 발달 등의 전인적 발달이 가능하기에 실내교실에서의 제한된 활동이 아닌 넓은 숲 교실, 자연 교실에서 마음껏 놀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2019 개정 누리과정도 자연스럽게 적용되는 결과로도 이어진다. 모든 기관이 가깝게 숲이나 녹지에 접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준 교훈인 생태계와 공존의 중요성을 인지했을 때 우리는 의도적으로 유아들에게 환경 감수성과 자연생태계와의 공존의 삶을 알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기에 인근 공원이나 녹지 등을 유아들의 교육 장소로 기꺼이 사용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이런 사회적 환경과 인식이 뒷받침될 때 유아들이 어려운 코로나19 상황에서 건강하고 바람직한 우리의 미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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