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기업인 미국 모더나 최고경영자(CEO)와의 협상을 통해 2000만명분(4000만 도즈) 규모의 백신을 공급받기로 했다.
29일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하루 동안 40명이나 발생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3차 대확산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직접 백신 확보에 나선 것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어제 문 대통령과 스테판 반셀 모더나 CEO가 화상통화를 통해 정부의 협상물량보다 2배 늘어난 규모를 받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3면>
당초 정부는 모더나와의 협상을 통해 1000만명 분량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아직 계약이 체결되지는 않았지만, 연내 계약되면 현재 3600만명분을 확보한 백신 물량은 5600만명분으로 늘어나게 된다.
현재 정부가 확보한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1000만명분, 얀센 600만명분, 코백스 퍼실리티 1000만명분, 화이자 1000만명분이다. 이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이르면 내년 2월 글로벌 제약사의 백신 중 가장 먼저 국내에 공급될 예정이다.
모더나 백신 접종 시기도 당초 내년 3분기에서 2분기로 앞당겨 공급될 예정이다. 강 대변인은 “물량 확대와 함께 구매 가격은 인하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모더나와의 합의로 전체 물량이 국내 인구 수를 넘겨 이른바 ‘집단면역’ 형성이 충분히 가능한 규모가 된 셈이다. 정부는 내년 2∼3월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고, 3분기 안에 국민 60∼70%가 접종을 마쳐 집단면역 체제를 갖추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정부는 모더나와 백신 공급 외에 2건의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정부의 감염병연구소와 모더나는 앞으로 팬데믹 공동대응을 위한 백신 개발 및 임상실험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모더나 백신을 한국 기업에서 위탁생산하기 위한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다만 청와대는 반셀 CEO와의 통화 배경과 과정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외국 정상이 아닌 글로벌 기업의 CEO와 통화를 한 것은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 ‘빌앤드멜린다게이츠 재단’ 이사장 이후 두 번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에 “물밑 협상 과정을 공개적으로, 더군다나 계약 체결을 앞둔 상황에서 낱낱이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면서 “이 부분은 나중에 계약 체결 이후에 정부 쪽에서 설명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올해 마지막 국무회의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극복 방안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회의에서 “정부는 위기에 놓인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 9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재난지원금을 신속히 지원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코로나 상황, 정부의 방역조치로 피해를 입고 있는 소상공인과 고용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맞춤형 피해지원 대책으로, 한시가 급한 만큼 내년 1월 초부터 신속하게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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