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다시 1천 명대를 오르락내리락하며 겨울철 '3차 대유행’으로 온 국민이 크나큰 고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빠른 전파력과 높은 전염력으로 지구촌을 긴장시키고 있는 영국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국내에도 유입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정부는 모든 해외 입국자에 대해 ‘격리해제 전 진단검사’를 실시하기로 하는 등 강화된 대책을 내놓았다.
영국을 중심으로 기승을 부리는 ‘변이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은 겨울철 '3차 대유행’을 맞아 가뜩이나 과부하 상태인 방역과 의료 체계를 순식간에 무력화 시킬 수도 있는 엄중한 상황인 만큼 방역당국은 ‘변이 바이러스’를 차단할 수 있는 근본대책을 신속히 강구하고 총력 경주하여 빈틈없이 시행하고 실천함으로써 방역과 의료 체계의 부담이 과도하게 커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과 중동, 북미,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전 세계 20여 국가로 급속히 확산되는 가운데 설상가상 이보다 더 전염력이 강한 남아공 발 ‘변이 바이러스’도 출현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이와는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했다고 한다. 확산을 원천 차단하지 못한다면 또 다시 전 세계는 일상과 경제가 봉쇄되는 최악의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 것은 이제 지구촌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국에서 2020년 9월 발견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는 표면에 나타난 돌기부분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유전자 변이가 생긴 것으로 인간 세포와 결합하는 수용체 결합 부위(RBD)에 해당하는 501번째 아미노산 등 바이러스 유전체(N501Y)가 변하여 체내 세포와 더 쉽게 결합하고, 항체를 무력화 할 수 있게 되었다. 영국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에 전파력이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최대 70% 높아 1.7배로 강하고, 감염 재생산지수를 0.4이상 높일 수 있다고 알렸다. 치사율은 기존 코로나19보다 높지는 않으나 중증을 유발한다는 보고는 아직 없다.
변이란 유전자 염기서열 일부가 바뀌어 감염력 등이 변하는 것이며, 변종은 변이를 거듭한 끝에 종(種) 자체가 바뀌는 것을 말하는데 12월 28일 국내에서 처음 확인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바이러스 유전자와 20여 곳이 다르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분류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7그룹(S, V, L, G, GH, GR, 기타) 중 GR그룹에 속하는 바이러스와 같은 단백질 구조를 갖고 있으며, 이러한 리보핵산(RNA) 바이러스는 증식 과정에서 교정 능력이 떨어져 변이가 자주 발생하는 경향이 있지만 아직은 변종에 이르지 못한 변이 단계이기 때문에 현재 개발된 백신으로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변이 바이러’스가 환자의 상태를 악화시키진 않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김은진 검사분석1팀장은 “사람도 세대가 바뀌면서 변하듯 바이러스도 세대를 거듭하며 조금씩 변이한다.”며 “RNA 바이러스에서는 변이가 매우 흔한 일”이라고 설명했고,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정기석 교수는 “최근 나오는 백신들은 바이러스 변이에 맞춰 백신을 재설계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백신이 무력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했으며, 가톨릭의대 백순영 명예교수는 “바이러스가 변했기 때문에 항체 입장에서 보면 결합력이 떨어질 수 있는 거죠. 거꾸로… 한 개의 항체는 그렇지만, 백신은 여러 항체가 한꺼번에 붙기 때문에 큰 범위에서 보면 영향이 미미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방대본 정은경 본부장도 12월 28일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돼 유행할 경우에는 영국이 경험했던 것처럼 코로나19 전파력이 높아질 수 있다”면서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으로 자리 잡지 않도록 유입을 최대한 차단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했고,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정재훈 교수는 “이전에 발견됐던 다른 변이(614G)도 초기에는 엄청난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로 확인된 결과 전파력이 크게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며 “지금까지 발견된 변이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1% 정도가 변화한 것이고, 인간의 면역체계는 단순히 스파이크 단백질의 한 부위만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부위를 인식하는 다클론 항체이므로 백신 효과에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이렇듯 우리 방역 당국이나 전문가들은 바이러스의 특성이 유의미하게 달라진 ‘변종’이 아니라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 분화한 것인 만큼, 현재까지는 이미 개발된 백신으로 잡을 수 있는 변이라는 게 중론이며 “큰 무리 없을 듯하다.”고 강변한다. 당연히 ‘변이 바이러스’ 유입에 경각심을 갖는 건 좋지만, 막연한 공포나 혐오는 방역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정부와 방역 당국 그리고 전문가들을 믿고 동요하거나 위축되지 말고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 준수로 이겨 내야 한다.
다만, ‘변이 바이러스’가 보고된 지 2주밖에 되지 않은 만큼 전파력이나 중증도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와 검증이 더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변이를 거듭하면서 변종 바이러스로 진화할 가능성도 있고, 변종이 되면 통상 바이러스의 중요 부위의 구성이 바뀌면서 유전 정보가 크게 달라지거나 독성 등 병원성이나 전파력이 확연히 달라질 뿐만 아니라 전파력이 강해지면서 당연히 고령자 등 고위험군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병원성과 관계없이 치사율이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천은미 교수는 “지역사회 감염이 늘면 그만큼 요양병원이나 병원 등 고위험 시설로 바이러스가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져 치사율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지적했고, 가톨릭대 생명공학과 남재환 교수는 “아직 위험한 수준은 아니지만 RNA 바이러스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존재라 변이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경각심과 함께 선제적 대응을 위한 유의미한 제언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변이 바이러스’ 차단 조치로 영국 발 항공편 운항중단을 당초 연말까지에서 내년 1월7일까지로 1주일 연장했다. 또 영국·남아공발 입국자에 대해 유전자증폭검사 음성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한편 모든 해외 입국자 대상으로 자가격리 해제 전 추가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확진자로 드러나면 바이러스 변이 여부를 가려내겠다고 밝혔다.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발 입국자에 대해선 외교·공무 및 인도적 사유 이외 신규비자 발급을 중단하고 격리 면제도 제한된다. 정부대책은 해외 입국을 전면 차단하는 ‘봉쇄’ 조처를 피하면서도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다만, ‘변이 바이러스’ 는 위험성보다 확산성에 무게를 두고 대처해야 한다. 확산 추이에 따라서는 경제충격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항공편 운항중단도 영국과 남아공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변이 바이러스’ 확인 국가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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