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결과에 불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언론과 미디어에서 그의 존재감은 예전 같지 않다. 그가 애용하는 트위터의 팔로워 수가 최근 한 달 사이 40만 명 가까이 줄어든 것만 봐도 그렇다. 반면 바이든은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에 뽑혔다. 두 사람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은 이미 극과 극을 달리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으로 공직 경력이 전무하다는 점은 트럼프의 약점으로 꼽혔다. 그의 '성향'은 그나마 기업인이자 사업가였기에 넘어갈 수 있었지만 정치인으로서는 치명적인 '독'이었다. 정치인에게 금기시되는 유색 인종, 장애인, 여성에 대한 혐오와 비하 발언들로 인해 잃지 않을 수도 있던 표를 스스로 날린 것만 봐도 그렇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변화와 미래, 그리고 국민의 안전을 가장 먼저 약속했다. 그는 “우리가 방식을 변경하지 않는다면 암흑의 겨울이 될 것”이라며 “이 모든 것은 대통령이 여러분보다 주식시장에 더 많은 신경을 쓰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아울러 “코로나19를 통제해야 한다. 이것 없이는 다른 어느 것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범세계적 위기를 뚫고 나갈 리더의 모습을 어필했다.
바이든은 2050년 탄소 배출 제로를 목표로, 친환경 인프라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투자를 약속했다. 전기차 인프라 확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들 프로젝트로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린 수소와 핵융합 반응기 연구개발 같은 신재생 에너지 산업에 대한 의욕을 드러내는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하는 국가가 되기 위한 청사진을 꾸준히 제시했다.
대선 당시 AP통신의 분석만 봐도 이번 대선의 승부처가 어디에 있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설문 대상이었던 미국 유권자 약 11만 명 중 '미국이 직면한 최대 과제'로 '코로나19'를 선택한 사람은 41%로 가장 많았다. 또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이는 전체의 60%에 달했다. 이중 70%가 바이든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코로나19가 미 대선 결과를 가른 주요한 '변수'였다. 하지만 이 변수 앞에 두 후보는 각기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 민심은 보다 포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설계자를 리더로 선택했다. 자기다움을 조금도 내려놓지 않는 '독불장군'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재선에 실패한 11번째 대통령이라는 타이틀만 손에 쥔 채 미국 정치사에서 퇴장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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