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해보려고 했는데 참 답답하다."
장하성 주중 한국대사는 30일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올 한 해를 복기하며 수차례 아쉬움을 토로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비롯한 고위급 교류와 한·중 경제 협력 사업 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무산·지연된 데 따른 한탄이다.
장 대사는 "한국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너무 심각하고 중국까지 다시 어려워졌다"며 "내년 계획을 수립하는데 제약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당초 연내로 예상됐던 시 주석의 한국 방문은 한국 내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무산됐다.
최근 베이징에서도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이 나타나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14일부터 거의 매일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내년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최 전까지 고강도 방역 조치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
주중 한국대사관이 준비 중인 다양한 한·중 협력 사업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장 대사는 "현재 한·중 간 정기 항공편은 주 34회로 가장 많다"며 "일본(23회)이나 미국(18회) 등 주요국보다 많은 건 좋은데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전세기가 아닌 정기 항공편으로 (중국에) 입국해도 신속통로 제도는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각종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장 대사는 내년 한·중 경제 협력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다는 전제 하에 내년에는 경제 행사에 집중할 것"이라며 "문화 행사를 통한 경제 외교가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문화 교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방정부와의 협력에 주력할 방침이다.
장 대사는 "최근 중국 지방정부는 무조건 손을 내미는 게 아니라 협력을 원하는 산업이나 분야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상당히 준비가 잘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둥성 칭다오의 사례를 들며 "왕칭셴(王淸憲) 칭다오시 서기는 한국 기업이 칭다오를 빠져나가는 이유를 정확히 짚었다"며 "앞으로는 중국 내수 시장을 공략하는 한국 기업의 관문 역할이 되겠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또 "지난해 헤이룽장성을 방문했을 때는 당시 왕원타오(王文濤) 서기가 농업과 식품 분야를 콕 집어 합작을 원했다"며 "왕 서기가 상무부장으로 발령난 만큼 향후 상무부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질 것 같다"고 웃었다.
장 대사는 "지방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한국 중소기업 제품을 들고 가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며 중소기업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판로를 개척하는데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8% 이상으로 예상된다"며 "내수 중심의 발전 전략을 채택한 게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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