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사면론’에 정치권 들썩...진짜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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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훈 기자
입력 2021-01-0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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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 내부 찬반 "적절치 않아" vs "DJ 생각나"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이낙연 대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신축년 새해 첫날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참배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꺼내 들자 정치권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도 찬반이 엇갈리는 가운데 야권에선 이른바 올해 4월 재·보선을 겨냥한 ‘선거용 카드’란 비판도 나오고 있다.

◆李 "文대통령에 사면 건의하겠다"...여권 내 반발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 통합을 위한 큰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는 문재인 대통령이 일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해로, 이 문제를 적절한 때에 풀어가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특히 “두 전직 대통령의 법률적 상태가 다르다”고도 언급했다. 이는 이 전 대통령의 경우 형이 확정됐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현재 일부 혐의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여권에선 반발 목소리가 컸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우상호 의원은 전날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두 사람의 분명한 반성도, 사과도 아직 없다”면서“ 박근혜의 경우 사법적 심판도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탄핵과 사법처리가 잘못됐다는 일각의 주장을 의도치 않게 인정하게 될 수도 있는 데다, 자칫 국론분열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면서 “시기적으로도 내용 면에서도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같은 당 정청래 의원도 “2016~2017년 촛불을 들었던 촛불국민의 명예는 무엇이 되겠나”라며 “촛불 국민들이 아직 용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초선인 김남국, 김용민 의원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김남국 의원은 “진심 어린 사과도 없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는가”라며 “과거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에서 보듯이 반성 없는 사면, 국민이 받아들일 수 없는 사면은 통합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과 분열의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김용민 의원은 “박근혜 이명박 사면은 추운 겨울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반면,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지낸 김한정 의원은 “잘한 판단이라 생각한다. 김대중 대통령 생각이 났다”고 했다.

그는 1997년 김 전 대통령이 당선된 후 김영삼 당시 대통령에게 전두환 전 대통령 사면을 건의한 사실을 전하면서 “동서 화해, 신구정치 화해로 정치를 안정시키고 노사정 협의를 가동해 외환위기 국난을 헤쳐갔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친이·친박 '환영' 속 '경계'...당 공식입장 내놓지 않아

국민의힘 당 차원에선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얘기는 들어본 적 없다”고 말했다.

당 내부 친이·친박계 의원들은 대체로 환영 입장을 내보내면서도 시기와 의도를 놓고 경계하는 모습이다. 당장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사태, 백신 확보, 추미애·윤석열 갈등 후폭풍으로 당 지지율이 상승하는 가운데 자칫 사면론에 휩쓸릴 경우 계파 갈등이 표면화될 수 있단 우려 때문이다.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여당 대표가 흉흉한 민심을 제대로 읽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도 “불법 탄핵의 잘못을 시인하고 지금이라도 즉시 박 전 대통령을 석방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은 “사면 건의는 동부구치소 등 코로나 집단 감염으로 인해 수감 중인 2명의 전직 대통령까지 감염될 경우 생길 방역 실패 책임을 회피해 보려는 꼼수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껏 정부, 여당이 외면해 온 국민 통합을 갑자기 들고나온 것도 황당하고, 당·청 간에 사전 교감이 없었다고 하는 것도 통합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전 국민적인 공감대가 중요하다”면서도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그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사면은) 대통령의 권한이기는 하지만 사면위원회를 제대로 가동해서 거기에서 논의하는 과정이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반대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사면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행보를 보라”면서 “사자 명예훼손죄로 다시 언론에 비친 전 전 대통령 행태에 국민들은 다시 분노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대표의 사면 건의와 관련해선 “민주당 대표의 지위에 있기에 민주당의 입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면서 “국민은 특정 후보의 대선 승리를 위해 특정 정당의 집권을 위해 사면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해당 청원은 2일 오전 11시 30분 기준 현재 2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오는 31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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