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이 23년 만에 합동참모본부의 경항모 소요(연구개발 또는 구매) 결정을 이끌어 내면서, 상륙공격헬기 도입을 놓고 정부와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해병대도 설득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해병대는 올해 항공단을 창설, 2023년까지 상륙기동헬기(마린온) 30여대를 배치한다. 2026년부터 2029년까지는 상륙공격헬기 20여대를 확보할 계획이다. 상륙기동헬기의 경우 사업비가 총 9615억 편성됐다. 2020년 말 기준 13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매년 4~6대를 전력화해 2023년에 전력화를 마칠 예정이다.
문제는 상륙공격헬기 도입이다. 정부와 해병대가 국내 개발 확보와 국외 도입을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기술품질원이 실시한 2차 선행연구결과와 합참·소요군과 국방과학연구소 등 관련 분야 전문가 약 30여명이 참여한 임무 효과를 분석한 결과, 마린온 기반 상륙공격헬기에 비해 미국산 아파치(AH-64E)는 약 1.09배, 바이퍼(AH-1Z)는 약 1.07배 우수한 것으로 분석돼 성능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이유다.
반면 해병대는 이승도 해병대 사령관까지 나서 국외 기종 도입을 원하고 있다.
이승도 사령관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마린온에 무장을 장착한 헬기가 아닌, 현재 공격 헬기로서 운용되는 헬기를 해병대에서 원하고 있다"며 공식적으로 마린온 무장형 도입에 반대했다.
◆축소되는 한·미연합훈련 속 미 해병대 구조 변화
지난해 3월, 미 해병대 개혁 방안을 담은 ‘포스 디자인(Force Design) 2030’에 따르면 미 해병대는 중국의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변신한다.
대표적으로 △M1A1 에이브럼스 전차대대 폐지 △상륙돌격장갑차 중대 6개에서 4개로 감축 △AH-1 공격헬기와 CH-53 등 대형수송헬기, MV-22 오스프리 수직이착륙기 비행대 축소 △F-35B/C 스텔스 전투기 비행대대 축소(16대→ 10대)등이다.
문제는 이 같은 미 해병대의 대변신이 KMEP(한미 해병대 연합)을 실시하는 해병대 작전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히 적(敵) 종심침투 작전에 있어 우리 해병대의 독자적 작전 능력 확보가 시급해졌다.
◆'미 해병대만 쳐다볼 수 없다'...이승도 사령관의 절박함
유도기술이 발전하고 무장능력이 강화되면서 헬기는 지상전의 ‘게임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 때문에 현대 전장에서 공격헬기는 지상전 승리의 필수 무기체계로 불린다.
미국·영국·프랑스 등 다국적군이 이라크를 상대로 벌인 ‘걸프전'에서 이라크의 주요 레이더기지와 방공시설을 파괴한 ‘제1의 임무'는 고정익 폭격기가 아닌 공격용 무장헬기였다. 저공비행 헬기가 선제 타격을 하고 나서야 전폭기·미사일 등으로 폭격에 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해병대는 작전지역으로 이동해 전투력을 투사하는 기동군으로, 지상군과는 서로 다른 작전수행개념을 갖고 있다. 때문에 현재 해병대에서 유력하게 거론되는 외국산 공격헬기는 미 해병대가 운용 중인 바이퍼(AH-1Z)다.
유사시 한·미 연합 상륙작전을 할 때 우리 해병대는 미 해병대의 오스프리 수직이착륙기와 CH-46·53 기동헬기, 바이퍼(AH-1Z) 공격헬기 등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포스 디자인(Force Design) 2030’에 따라 이들 전력이 축소되면, 우리 해병대가 독자적으로 미 해병대의 작전 공백을 메워야 한다. 이승도 사령관의 절박함이 공식적으로 표출된 이유다.
예비역 장성 출신 한 해병대 관계자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한미연합훈련 축소가 맞물린 상황에서 KMEP 훈련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미 해병대가 수년간 운용한 바이퍼가 적격"이라며 "포스 디자인(Force Design) 2030이 당장 실행되지 않더라도 선제적으로 미 해병대 구조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누구보다도 (이승도 사령관이) 잘 알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마린온을) 반대하지 않았겠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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