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초, 검언유착 사건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수사보고서 한편을 올렸다. 수사보고서에는 그 무렵 ‘검언유착’ 사건과 관련 급진전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보고서 내용을 본 윤석열 총장의 얼굴은 굳어졌다.
당시 상황을 지켜봤다는 한 검찰관계자가 ‘총장의 얼굴이 흙빛으로 바뀌었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보고서에는 채널A 백모 기자로부터 ‘녹취록’을 확보했다는 것과 그 내용의 요약이 담겨 있었다.
당시 무엇보다 총장을 당황시킨 것은 그때까지만 해도 ‘성명 불상의 검찰고위관계자’가 ‘한동훈 부산지검 차장검사’로 특정됐다는 점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윤 총장은 검·언유착 사건과 관련해 "수사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힌다. 자신의 최측근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은 이상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수사지휘권은 대검 부장단(검사장급) 회의로 넘어갔다.
하지만 윤 총장은 그 이후, 여러 차례 ‘지휘 않겠다’는 입장과 달리 수사에 개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4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윤 총장은 검·언유착 수사팀이 백 기자 휴대전화에서 찾은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당시 부산고등검찰청 차장검사)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나눈 대화 녹음파일을 보고하자 돌연 입장을 바꿨다.
대검찰청 부장회의에 수사 지휘를 일임하겠다던 지시를 스스로 번복한 것이다.
이 녹음파일에는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두고 "유시민도 강연 같은 거 1번 할 때 3000만원씩 받지 않았겠느냐" "주가 조작 차원이다"라는 내용으로 나눈 대화가 담겼다.
이 전 기자는 "'그때 말씀하시는 것도 있고' 수사는 수사대로 하되 백 기자를 시켜 유시민을 찾고 있다"는 발언도 했다.
여러 검찰 관계자는 해당 내용을 보고한 뒤 윤 총장이 완전히 돌변했다고 증언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보고를 받고 윤 총장 낯빛이 흙빛이 됐다"고 밝혔다.
최측근인 한 검사장이 연루된 사건을 지휘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자 윤 총장은 지난해 6월 3일 검·언유착 수사는 총장 보고 없이 대검 부장회의가 지휘·감독을 하라고 지시했다. 이런 내용은 대검이 서울중앙지검에 보낸 공문에서도 확인된다.
그러나 같은 달 19일 대검 부장회의에서 이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 결론을 못 내리자, 윤 총장은 독단으로 전문수사자문단(자문단) 소집을 결정한다. 자문단은 검찰총장이 구성을 주도하는 등 사건에 개입할 수 있다.
하지만 자문단 소집 이전인 6월 16일, 대검에서 이미 한 검사장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려놓은 상황이었다는 증언이 잇따른다. 결론을 이미 내려놓은 상태에서 수사상황을 끼워맞추려 했다는 정황으로 보인다.
한편, 검·언유착 수사팀 관계자들은 "(최근까지도) 윗선에서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빨리 종결하라는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며 수사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특히, 특정 언론에 왜곡된 정보를 흘리는 이른바 언론플레이’가 난무하고 있다고 답답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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