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불확실성에 곳간 확충 나선 상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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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호 기자
입력 2021-01-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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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4분기 단기차입금 증가 공시 38건··· 전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단기로 빚을 내는 상장 기업들이 늘고 있다. 백신 접종 등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지만 향후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단기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단기 차입금 증가 결정 공시 건수는 38건으로 나타났다. 재작년 같은 기간(17건)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특히 단기 차입 공시 증가세는 코스닥시장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2019년 4분기 7건에 불과했던 코스피 상장사의 단기차입금 증가 공시는 지난해 4분기 22개사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상장사는 16건으로 6건 증가에 그쳤다.

단기 차입은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채무를 뜻한다. 주로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만기가 짧은 만큼 회사채 발행이나 유상증자 등 다른 자금조달 방식에 비해 재무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아 일반적으로는 주가에도 악재로 인식된다. 실제 지난해 4분기 단기차입금 증가 공시를 낸 기업들 중에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던 여행·항공 기업이나 문화예술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 포함되어 있다.

항공업계 업황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저비용 항공사 제주항공은 지난해 11월 20일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574억원을 수출입은행으로부터 빌렸다. 자기자본 대비 17.7%에 해당하는 규모로 차입 후 총 단기차입금은 1274억원으로 늘었다. 제주항공은 3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손실이 701억원에 달하며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영화·공연 예매서비스를 제공하는 코스닥 상장사 예스24도 지난달 8일 110억원의 단기차입금 증가 공시를 냈다. 기업어음(CP)과 금융기관 차입이 포함된 규모다. 예스24는 3분기 영업손실 17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공연 등이 대폭 줄며 수익성이 악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차입이 이뤄지진 않았으나 차입 약정한도를 확대하거나 전자단기사채 발행한도를 늘린 기업들도 다수 있었다. 현대로템은 지난달 15일 5000억원의 단기차입금 증가결정을 공시했다. 전단채는 전자 방식으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1년 미만 만기로 발행되는 단기자금 조달수단이다. 영업이익 개선과 자금 조달로 재무구조가 개선되어가고 있으나 향후 불확실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차입 한도 확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현대로템은 3분기 31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분기에 이어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전산업개발, SBS미디어홀딩스도 유동성 확보를 목적으로 차입약정 한도와 기업어음 발행 한도를 확대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상장사들이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현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는데 4분기에도 유사한 흐름이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며 "백신 접종 시작 등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크지만 아직까지 어떤 변수가 나타날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곳간'을 채우거나 늘리려는 기업들이 전년보다 많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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