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 칼럼] 새해는 신라의 'net', 발해의 'sea', 고려의 'high'로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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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입력 2021-01-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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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년 신년사 "인터넷·해양강국·통일대국의 새 '신화'를 기대하며..."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오로지 현재만이 있다. 과거는 현재의 ‘기억’이고, 현재는 현재의 ‘직감’이며 미래는 현재의 ‘희망’이다.”

이는 천년 로마 문화를 귀결한 대 사상가, 아우구스티누스의 명언이다.

2021년 새 아침 새 태양이 밝았다. 우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생물학적 바이러스와 함께 권력형 부패 등 사회적 바이러스를 박멸해야 한다.

새로워져야 할 대한민국이 ‘기억’하고 ‘직감’하고 ‘희망’해야 하는 시공간은 무엇인가? 그건 8세기 신라·발해와 11세기 고려의 번영과 영광이요, 그 찬란한 부활과 재현이다.

불이 태우는 것은 나무가 아니라 어둠이다. 캄캄한 미지의 밤, 동북아 신화와 역사의 이원적 존재, 복희 씨가 사람들에게 무엇보다 먼저 불씨 피우는 법과 그물 짜기를 가르쳐 주었다는 신화는 매우 의미심장하다. 이것은 마치 우리에게 “신화란 있었던 일이 아니라 있어야 할 일” 이라는 숨겨진 진실을 귀엣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미래 정보화시대를 밝히는 ‘불’이 컴퓨터라면 그것을 전방위 전천후로 연결해주는 ‘하늘의 그물’은 인터넷이다. 네트워크를 한글로 풀면 ‘그물 짜기’이다. 인류의 문명은 그물 짜기에 의해 시작하고 발전하고 교류해왔다.

세상에 이음동의어는 없다. 그물을 뜻하는 두 한자는 ‘라(羅)’와 ‘망(網)’이다. ‘라’는 하늘의 새를 잡는 그물, ‘망’은 물고기 잡는 그물을 뜻한다. 또한 ‘라’는 ‘망’과 달리, 명사이며 동사이다. 즉 “그물 짜다, 펼치다, 망라하다, 일을 벌이다(창업하다)” 등의 진취적 행동양태를 망라하고 있다.

기원전 17세기 은(殷) 나라를 개창한 탕왕이 사냥을 나갔다. 사방에 천라(하늘의 그물)를 친 후에 탕왕은 기도문을 올렸다. “천하사방의 만물이 나의 그물 안에 들어오도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통일왕국, ‘신라’의 신(新)은 '새로울 신', 라(羅)는 '새그물 라'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503년, 지증왕은 아름다운 뜻을 가장 많이 가진 한자 둘을 골라 나라 이름을 신라로 확정했다고 한다.  '삼국유사'도 신라의 ‘신’은 ‘덕업이 날로 새롭고 ‘라’는 사방의 백성을 망라한다는 뜻이라고 똑같이 기록하고 있다.

전자는 토속신앙과 불교를, 후자는 유교를 사상 기반으로 하였음에도 양대 사서가 한 목소리를 낸 경우는 이례적이다. 그만큼 ‘신라’ 국명의 뜻풀이는 역사적 공신력이 있다.

신라 이후 동서고금을 통틀어 공식 국명에 망라하다의 ‘그물(Net)’을 넣은 나라는 신라가 유일무이하다. 특히 8세기 전성기의 신라는 명실상부하게 세계를 향해 ‘새로운 그물’을 활짝 펼친, 당시 극성기의 당나라도 흠모했던 세계 최고 수준의 선진국이었다.

잃지 않으려면 잊지 않아야 한다. 또한 우리는 ‘용솟음치는 바다’라는 이름의 발해(渤海)를 잊지 말아야 한다. 신라와 마찬가지로 기원후 세계사를 통틀어 공식 국호에 ‘바다(Sea)’를 넣은 나라는 발해가 유일무이하다. 최초는 영원한 최고다. Net의 신라와 Sea의 발해, 21세기 인터넷과 해양시대에 이 얼마나 신비롭게 솟구치는, 언제나 새로운 희망의 원동력인가!

잃지 않으려면 잊지 않아야 한다. 중세 세계 최고 선진문화와 문명으로 고구려에 맞먹는 광활한 영토를 호령한 '고려'(高麗, COREA)'제국(1)*의 높고(high) 아름다운(beauty) 기상을 잊지 않아야 한다.(2)* 

고려와 고려의 전신 고구려, 고구려인이 세운 고창국(高昌國)등 세계사를 통틀어 공식 국호에 높을 ‘고’(高)를 넣은 민족은 한민족이 유일무이하다.(3)* 

고려는 해상세력의 영웅 왕건이 건국한 기존의 후삼국을 재통일한 데다가 고구려의 후예이자 용솟음치는 바다 '발해'와 신라 말엽 장보고의 해상왕국을 합하여 이어받았다.

즉, 고려제국은 후삼국 통일이 아니라 발해·신라·후백제·후고구려를 하나로 대통합한 후사(四)국 통일제국이다.

고려제국은 송·왜·금·요·인도·사우디 등 수십 개 나라와 민족에서 조공을 받았다. 또한 고려제국은 일본, 동여진, 서여진, 흑수말갈, 흥요국, 정안국, 철리국등 수십개 나라와 민족을 제후국으로 부렸다. 

우리는 인터넷과 해양강국, 모든 국민이 골고루 행복하게 잘 사는 민주·자유·평등·평화·통일 대국 대한민국을 희망한다.

우리는 ‘용솟음치는 바다’에서 ‘새 그물’과 ‘높은 아름다움’으로 인터넷과 해양강국 민주 통일대국 대한민국의 새로운 ‘신화’를 건져 올려야 한다. 신화는 ‘있었던 일’이 아니라 앞으로 ‘있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각주

(1)*태조가 조서를 내리고 신하들이 사례하다 짐은 여러 공(公)의 추대하는 마음에 힘입어 구오통림지극에 올랐으니.朕資群公推戴之心, 登九五統臨之極, -『고려사』 세가 1권, 918년 6월 16일(음) 7월 26일(양)
태조왕건은 고려 건국 익일 918년 7월 26일 구오통림지극, 즉 구오지존의 지고무상한 자리, 즉 왕중왕 황제의 제위에 올랐음을 천하에 선포한 것이다.

(2)*고려의 서북경계는 그 이르는 곳이 고구려에 미치지 못했으나, 동북은 그것을 넘어섰다.盖西北所至不及高句麗, 而東北過之 -『고려사』 지(志) 지리1

(3)*고창은 중국 신강 위구르 자치구의 투르판에 5~7세기경에 번영한 나라이다. 당 나라 시절 편찬된 『통전(通典)』에는 '其人面貌類高麗, 辮髮施之於背女子頭髮辮而垂(그 사람들의 얼굴 생김새는 고려의 무리이며, 변발이 행해지기 전에 여자들은 두발을 땋아 등허리 아래로 드리웠다)'고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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