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부동산 규제로 간접투자 상품인 리츠(REITs)의 외연은 확장했지만, 내실화에는 실패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엄격한 상장기준과 인센티브 부족 등으로 상장리츠가 발달하지 못한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한 코람코에너지리츠(5.89대1), 켄달스퀘어리스(8.75대1)는 한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쟁률 하위 10개 종목 중 4개는 리츠였다.
지난해 공모시장 내 청약 경쟁률 평균은 880.03대1인 반면, 6개 리츠의 청약 경쟁률 평균은 7.3대1에 그쳤다
제약·바이오 등 성장주와 전기차와 반도체 등이 증시를 견인하자 투자자들이 단기에 높은 수익을 거둘 종목에 몰린 반면, 안정적으로 배당수익을 거두는 리츠는 상대적으로 외면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상장 후 수익률도 기대에 못 미친다. 상장 리츠 6개 중 3개는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으며, 공모가 대비 수익률도 4~5% 수준에 그쳤다.
리츠가 배당성향이 높다고 하지만, 배당이 나오는 회사도 소수에 불과하다. 배당 수익률이 10%를 초과한 업체는 14곳인 반면, 0%인 업체는 95곳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상장리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인센티브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리츠가 발달한 미국의 경우, 러셀3000(미국 3000개 대기업의 주가지수)에 속한 기업 대부분이 매 분기 배당금을 지급한다. 모기지 리츠, 에쿼티 리츠 등 16개 기업에서는 월 단위로 배당금을 지급한다.
한국투자증권 김영기 연구원은 "보통 과세소득의 90% 이상을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월 배당 기업 중 리츠 기업들이 많다"며 "코로나19로 부진한 실적에도 매달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투자자의 수요에 부응한 상품성 높은 상장리츠를 공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래야 상장리츠에 대한 투자자의 인식이 개선되고, 다양한 부동산의 상장을 통해 선택의 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리츠 운용사가 수익성이 높은 부동산을 리츠로 상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산운용사의 상품개발능력과 운용능력을 제고해 수익성 높은 부동산을 발굴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상장시켜야 한다.
상장리츠의 투자 대상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국내 상업용부동산에 제한된 투자대상을 해외부문과 인프라 등으로 확대하고, 상장리츠의 대형화를 추진하면 중위험·중수익의 리츠도 충분히 매력적인 투자상품이 될 수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김필규 선임연구위원은 "공모로 발행된 리츠에 대해 법인세 감면, 취득세 감면, 양도소득세 이연, 배당금에 대한 세금 혜택 등을 부여해 공모발행을 유도해야 한다"며 "외국의 상장리츠시장을 활성화시킨 사례 등을 검토해 상장리츠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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