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그룹 수장 신년 행보... ‘형식’보다 ‘내용’ 미래 10년 향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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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장문기 기자
입력 2021-01-05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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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스트 코로나 대비한 신사업으로 전환과 기업 사회적 책임 강조

  • 세부적 지향점 각 그룹 수장 경영철학에 따라 갈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5대 그룹 수장이 새해 첫 인사를 통해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새로운 10년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특히 코로나19 등 대내외 상황에 맞춰 ‘형식’보다는 ‘내용’을 강조하며, 그룹을 변화시킬 것을 약속했다. 올해 신년사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신사업으로의 전환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조 등 큰 틀에서 공통점을 보였으나, 세부적인 지향점은 각 그룹 수장의 경영철학에 따라 갈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세번째)이 4일 경기 평택사업장을 방문해 파운드리 생산설비 반입식에 참석해 현판제막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4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최종 판결을 앞두고 칩거에 들어갈 것이라는 재계의 예측과 달리 5대 그룹 회장 중 유일하게 현장경영에 나섰다. 

신년사 대신 새해 업무 첫날부터 현장으로 향한 이 부회장은 경기 평택 반도체 2공장의 파운드리 생산설비 반입식에 참석해 반도체 부문 사장단과 중장기 전략을 점검하며 그 중요성을 그 중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이 부회장은 파운드리를 삼성전자의 새로운 먹거리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이를 통해 “국격에 맞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는 자신의 포부에 대한 실천 의지를 표출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앞서 지난달 30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최후진술에서 “준법감시 틀 안에 있는, 최고 수준의 투명성을 갖춘 회사로 만들 것을 책임지고 약속한다”며 이 같이 밝힌 바 있다.
 

10월 30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친환경 미래차 현장방문' 행사 종료 후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현대차 공영운 사장, 알버트 비어만 사장, 이상수 지부장, 정의선 회장, 하언태 사장, 이원희 사장, 기아차 송호성 사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협력사 직원의 사고 소식에 신년 행사까지 포기하며, 그룹의 미래에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보여줬다. 올해 신년행사는 정 회장의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이뤄질 예정이라 그 의미가 더 남다른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이날 행사 대신 신년사를 통해 지난 3일 현대차 울산공장 협력업체 직원의 사망 사고에 대해 안타까움과 깊은 애도를 표하고, 더불어 품질과 안전의 중요성에 대해 재차 역설했다.

또한 어려운 상황이지만 미래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할 것도 당부했다. 그는 “2021년을 미래 성장을 가름 짓는 중요한 변곡점으로 삼아 새로운 시대의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며 “우리의 마음과 역량이 합쳐진다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여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올해 신년회를 따로 열지 않고, 그 비용을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자신의 경영철학을 실천하는 데 사용하기로 했다. SK그룹은 올해 대면 신년회 예산을 결식 취약 계층 지원에 보태기로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각 사 제공]

최 회장은 지난 1일 전체 구성원에게 이메일로 보낸 신년사를 통해 그 의미를 전했다. 그는 “SK가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만 잘해서가 아니라 사회가 허락한 기회와 응원 덕분”이라며 “그러나 기업이 받은 혜택과 격려에 보답하는 일에는 서툴고 부족했고, 이런 반성으로부터 기업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기업의 핵심인 ‘고객’의 중요성을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미래 경쟁력도 그곳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지난해 우리가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이를 넘어 고객을 더 세밀히 이해하고 마음속 열망을 찾아야 한다”는 말로 요약되는 4일 그의 신년사가 이를 방증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그룹 제공]

신동빈 롯데 회장은 미래 경쟁력으로 ‘실행력’을 첫째로 꼽았다. 그는 이날 “강력한 실행력으로 5년 후, 10년 후에도 일하고 싶은 회사를 함께 만들어가자”며 “주변 위험요인에 위축되지 말고 각 회사가 가진 장점과 역량을 합쳐 시너지를 만드는 데 집중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 밖에 다른 주요 기업의 수장과 최고경영자(CEO)들도 새로운 도약을 위해 저마다의 경영철학을 신년사로 함축해 전달하며 구성원들과의 이해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날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글로벌 모범시민 포스코가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혁신과 성장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단절과 고립의 시대에도 한계와 경계를 뛰어넘는 도전은 계속돼야 한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디지털 역량 강화와 친환경 경영으로 신사업 발굴에 매진해야 한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은 “올해 위기를 넘어 미래를 준비하자” △이성희 농협협동조합중앙회 “변화와 혁신으로 농업인과 고객의 신뢰를 쌓아야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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