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칼럼] 한국 청년 버전 '개미와 베짱이'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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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교수
입력 2021-01-05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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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교수]




신축년 (辛丑年) 새해, 첫 시작이 참 좋다. 주식시장은 2021년의 첫 거래일인 4일 코스피 294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이에 앞서 세계적 암호화폐 비트코인은 올해 시작과 함께 3000만원을 넘어서더니 이제는 4000만원에 근접하였다. 작년 3월 550만원가량 하던 가격에 비하면 거의 7배가 올랐다. 이뿐인가? 작년부터 가파르게 상승한 부동산 가격은 ‘영끌’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영끌’은 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으로, 신용대출은 물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서 집을 사는 세태를 비유하였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들은 올해 전국적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제는 월급을 모아 집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과감하게 잊어버리게 만들었다.

이러한 상황들에 대해 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다며 마냥 좋아할 일인지 모르겠다. 장기화된 팬데믹으로 현재의 불확실성이 하루하루 높아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코로나19의 재확산과 변종의 출현으로 인해 새해 첫날, 랜선 해돋이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새해 아침만큼은 내 눈으로 떠오르는 해를 보고 싶었다. 집에서의 해돋이마저 아쉽게도 아침 안개 속에서 떠오른 해를 찾았을 때는 이미 아침 9시가 다 되어 있었다.

그래도 기다리는 시간 동안 한 가지 소득이 있었다. 하나 둘 일어난 아이들과 옹기종기 모여 해가 보이길 기다리며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중,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아이가 물었다. "아빠는 식사할 때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먼저 먹는 편인지, 아니면 아껴두었다 마지막에 먹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본인의 대답은 그때그때 다르다는 것이었지만, 왠지 몇 년전 유행하던 욜로족과 파이어족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많이들 이미 들어 보았겠지만, 어려서 읽어보았던 개미와 베짱이의 이야기와 비슷하다. 욜로(YOLO)족은 ‘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딴 표현으로,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을 강조하며 현재 삶의 행복을 중시하였다. 앞선 물음에서는 맛있는 음식을 먼저 먹는 사람과 같이 지금의 행복을 중시하는 동화 속 베짱이와 같은 특성을 설명한다. 이와 반대로 파이어(FIRE)족은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앞 글자를 딴 신조어로, 마치 개미처럼 지출을 최대한 줄이고 주식·부동산 등의 투자를 늘려 재정적 자립을 추구하는 생활방식을 의미한다. 맛있는 음식은 아껴두었다 마지막에 그 맛을 음미하는 이들의 특성을 반영한다.

하지만, 너무 한쪽으로만 극단적으로 생각하고 추구하는 지금의 현상이 결코 달갑지 않다. 물론 모두 그렇지는 않겠지만, 사실상 현재의 삶을 포기하고 극단적으로 소비를 줄이며 은퇴자금을 마련하는 파이어족이든, 미래의 삶을 포기하고 현재를 즐기는 욜로족이든 어느 한쪽을 희생한다는 점에서 현실의 아픔이 묻어 있다. 서로의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생각하며 지금의 삶을 즐기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미래의 기대 속에 지금의 삶을 희생하는 것이 좋은지 개인의 가치관에 따른 문제이기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등한시해온 부분이 있다. 지금껏 개미와 배짱이의 교훈 속에서 우리는 개미의 부지런함만을 강조하였다. 근면성실이 통하던 시대, 베짱이의 상황에 대한 고려나 이해는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배척해 왔다. 사실 베짱이는 겨울철에 굶어죽는 것이 아니다. 개미는 월동을 위해 음식을 축적하지만, 베짱이는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성충으로 번식을 위해 매일 노래를 부르고, 알 상태로 월동을 한다. 각자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우리는 우리만의 프레임에 갇혀 베짱이를 무시하였다. 지금 시대에는 일만 하는 개미보다 노래하는 베짱이가 더 유명한 가수가 되어 더 많은 부를 창출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물론 동화 속 이야기도 경제학의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에 의해서라면, 초반에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맛있는 걸 먼저 선택하는 것이 총효용을 빨리 달성할 수 있다. 또한 경쟁이 있는 상황이라면 맛있는 음식을 빼앗기기 전에 먼저 먹는 것이 필요하다. 반면, 맛의 음미라는 관점에서는 처음부터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되면 뒤에 먹는 음식들이 맛이 없어져 천천히 맛있는 것을 즐기는 것이 옳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겨울을 나야 하는 개미와 겨울 전에 알을 낳아야 하는 베짱이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우리는 이처럼 정답 없는 문제 속에서 나만의 프레임 속에서 정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근본적 물음에 부딪힌다. 마치 아이의 질문처럼 말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나랑 생각이 다르다고 배척하거나 자신의 주장을 쉽게 굽히지 않는다. 반면, 어른들은 이와 같은 문제에 있어 조건을 살피거나 반대로 상대에게 답을 물어본다. 쉽사리 자신의 생각을 선뜻 내보이지 못한다. 평소 속으로는 욜로족이라도 아무런 준비 없이 현재를 즐기기만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며 금수저일 거라 단정하거나, 파이어족 역시 근로소득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라며 노후준비를 위해 그들이 모으는 자금을 부동산이나 주식 등의 부당한 투자수익으로 치부했을지 모른다. 문제는 우리가 왜 이러한 우리만의 프레임에 갇혀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지 않으려 하게 되었는가에 있다.

모 광고에서처럼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은 150살까지 산다는데 오래 사는 일이 걱정이 아닌 기대가 되도록 하기 위해 무엇을 고민하며, 우리의 삶을 어떠한 모습으로 추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각자의 사정이 있을 텐데, 주식이나 암호화폐, 부동산을 투기라 단정짓기보다 왜 사람들이 여기에 관심을 갖고 매달리게 되었는지 생각하고 이해해 볼 필요가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다른 사람의 상황 혹은 특성을 너무 나만의 기준에서 생각하지 않았나 되짚어 보게 된다. 지난해를 돌이켜보면, 우리네 삶에서 왜 그리 사소한 부분에 정쟁을 하였는지, 왜 내가 하는 말만 옳다고 생각하였는지, 다른 이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지 않았는지 후회가 남는 한 해였다. 올해는 달라졌으면 한다. 같은 후회를 반복하지 않도록 상대의 사정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데 인색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올해만큼은 집 밖은 위험하니 가정 안에서, 이해와 배려를 통해 불확실에 대한 불안감과 걱정보다는 기대를 품을 수 있는 그러한 한 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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