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2일, 정부가 방역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12월 24일부터 올해 3일까지 스키장을 비롯한 겨울 스포츠시설 운영을 전면 중단하고, 연말연시에 인파가 많이 몰리는 주요 관광명소를 폐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과연 이 대책이 최선이었을까.
관광명소와 스키장, 눈썰매장 등의 운영은 제한됐지만 백화점은 운영을 지속했고, 수도권 골프장은 5인 이상 모임이 금지(기타 지역은 권고)됐다. 그마저도 지자체별 지침이 달라 중앙사고수습본부에 유권해석까지 의뢰하는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운영 중단 해제를 하루 앞둔 2021년 1월 2일, 정부는 새로운 방역대책을 내놨다. 2.5단계는 2주 연장하되, 전국의 스키장 등 겨울 스포츠 시설의 운영은 인원 제한과 취식 금지 등을 지키는 조건으로 제한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이번에도 의문이 들었다. 헬스장, 실내 골프연습장, 당구장 등은 문을 열지 못했다. 마트나 백화점 등이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여전히 운영을 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지침이었다.
헬스장 등 실내 스포츠시설을 운영하는 이들도 역시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급기야는 "벌금을 내더라도 정부의 지침을 어기고 문을 열겠다"며 "고위험시설로 지정된 실내 체육시설에 대해 시간별 이용자 수를 제한할 테니 지침을 재고하고 현실성 있는 자금지원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정부가 제시한 방역 대책, 그 기준이 뭘까. 최근까지만 해도 일주일 평균 하루 확진자 수 800~1000명을 웃도는 상황이 지속되며 3단계 격상 기준을 일찌감치 충족시켰다.
하지만, 정부는 3단계 강화가 아닌 2.5단계를 유지하되 그 안에서 세부지침만 변동하는 이른바 '핀셋방역'을 선택했다. '3밀(밀집·밀접·밀폐)'에서 멀어지길 기대하며 발표한 이 대책은 오히려 업계의 불신만 키운 꼴이 됐다.
어디 그뿐인가. 사적 모임 5인 이상 금지는 과연 최선의 대책이라고 자신할 수 있을까. 결국 '방역'이라는 것이 확진자 수 감소라는 단편적인 수치를 넘어 국민의 건강과 행복 영위를 위한 행위이거늘, 나날이 높아지는 국민의 피로도는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
철저한 방역을 위해서라면 5인 이상 사적 모임은 해선 안 되는 행위이고, 5인 이상 모여 공적인 업무를 보는 행위는 필수불가결한 행위라고 말할 수 있나.
'방역'이라는 미명 하에 이뤄지는 철저한 통제라면, 그렇게 해서 하루 빨리 무서운 바이러스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그래 그 논리라면, 인간의 모든 활동을 '비대면'화해야 맞는다.
하지만 현재의 방역 대책은 어떠한가. 4인까지는 괜찮고 5인은 안 된다고 규제했을 때 과연 밀집도가 낮아졌는지 한 번 생각해보자. 이웃간의 불신만 커졌다.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신고하는 데 열을 올린다. "북한의 5호 감시제와 다를 바 없다"는 불만도 속출하는 상황이다.
1년째 끝나지 않는 싸움 속에서, 우리는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 가족·친구·동료·지인과의 소통은 물론, 모든 사회활동을 박탈당했고, 자영업자들은 생계를 계속 위협받고 있다.
코로나보다 위험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활동을 제약 받는 데서 오는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상호간에 쌓여가는 '불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일지도 모른다. 확진자 수처럼 눈에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마냥 방관해도 되는 걸까.
원칙을 세우더니, 그 안에서 형평성에 어긋난 예외를 두고 있어 방역과 경제, 그리고 민심까지 놓쳤다. 방역도, 민심도 잡을 수 있는 규정, 좀 더 명확하고 일관성 있는 대책을 수립할 때 불신은 비로소 사그라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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