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체육시설'이 문을 닫아야 하는 기간이 또 2주 늘었다. 지난 2일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오는 17일까지로 연장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졌던 지난 1년, 응어리졌던 업주들의 답답함이 터져 나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일 대구 달서구에 위치한 한 헬스장에서 50대 사업주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아픔을 나누고 있는 헬스장 사업주들과 양치승 트레이너 등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애도를 표했다.
방역 당국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황당하게도 외면하기 급급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지난 5일 브리핑을 통해 "해당 시설은 일반적인 헬스장(실내체육시설)이 아닌 재활을 목적으로 하는 특수 체육시설"이라며 "집합금지 대상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이를 코로나19로 인한 생계고로 확정하는 것은 부적절한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과연 이 주장이 사실일까. 다수 매체의 확인 결과 손 반장의 주장은 틀렸다. 해당 시설은 헬스장이었다. 집합금지 대상에도 해당됐다. 구청 관계자는 "재활 치료를 하더라도 신고는 체력단련장으로 돼 있다"며 "행정명령에 따라 오전 5시부터 오후 9시까지로 영업이 제한되고, 4㎡당 1명이라는 인원 제한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역 당국의 실수는 또 있다. 지난 4일 발표로 체육인들을 둘로 쪼개 놨다. 당시 "'체육도장업'을 제외한 모든 체육시설에 대한 집합금지 조치를 연장한다"고 했다.
'체육도장업'은 대한체육회 가맹단체로 등록한 7개 종목(권투·레슬링·태권도·유도·검도·우슈·합기도)의 체육관이다. 비가맹단체의 체육관은 '실내체육시설'로 분류된다. 예를 들자면 복싱(권투)은 되고, 킥복싱은 안되는 것이다. 합기도는 되고, 특공무술은 안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 그리고 방역 당국이 어떠한 논의를 하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는 명백한 편 가르기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방역이다. 같은 체육관인데 한쪽은 봐주고 다른 한쪽은 봐주지 않는 모습은 부당하다.
비가맹 단체의 체육관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새해부터 방역 당국에 의해 차별당했다. 다 같이 규제하던지, 다 같이 풀어야 한다. 현장에 나와서 운영 실태를 점검해보기라도 해보라. 서러워서 살겠나"며 울분을 토했다.
전국 수만 개의 체육관에는 '로드(ROAD)FC'의 간판이 달려있다. ROADFC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격투기 단체다. 이 단체 역시 비가맹단체다. 최근 정문홍 회장(47)과 김대환 대표(42)는 유튜브를 통해 불만을 표출했다.
두 사람은 "전국 격투기 종목 체육관은 1년 동안 거의 폐업에 가까운 상황에 놓였다. 수도권 2주 집합금지가 연장됐다. 업주의 입장에서는 한계에 다다른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서 "벼랑 끝까지 왔다. 가족을 지킬 수 있게 최소한의 것들을 허용해 주시길 바란다. 정책 보완이 시급하다. '실내체육시설' 사장들이 1년 동안 대출을 받았다. 빚을 갚기 위해 배달을 하면서 연명하고 있다.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덧붙였다.
대한체육회 가맹단체가 기준이 된다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대한체육회, 문화체육관광부, 방역 당국 등 그 누구도 '코로나19 안전지대'를 정의할 수 없다. 이럴 때일수록 공정하고, 슬기로운 판단이 필요할 때다.
현재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이종걸·유준상·이기흥·강신욱 후보)운동이 진행 중이다. 2170명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에는 '체육도장업'을 운영하는 가맹단체들이 포함돼 있다. 가맹단체가 아니면 투표할 권리도 없다. 하소연할 곳도 없다는 뜻이다. 회장 후보자라면 전체 체육인을 아우를 수 있는 공약과 실천이 필요하다. 진정한 리더는 위기 속에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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