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 시대 기업의 뉴노멀 대응을 촉진하기 위한 '디지털전환(DX)' 시장이 급성장하고, 시스템통합(SI) 업계 경쟁 우위 전략이 DX 지원역량을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이에 'IT서비스 빅3' 삼성SDS, LG CNS, SK㈜ C&C가 작년 성과에 기반한 올해 조직개편 신사업 전략으로 DX 분야 전쟁을 본격화한다. KT가 디지털 신기술 역량을 전면에 내세워 출범시킨 'KT엔터프라이즈' 부문과 현대차그룹이 '미래차 소프트웨어(SW)' 전략을 일임한 현대오토에버도 참전한다.
DX 관련 기업·공공부문 시장이 얼마나 형성될까. IT시장조사기업 IDC가 작년 10월 발간한 세계 DX 2021 예측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오는 2023년까지 전세계 기업의 DX 직접 투자 규모가 연평균 15.5%씩 증가해 6조8000억달러(약 7392조원)를 넘어선다. 또 현재까지 포괄적인 DX 실현 로드맵을 수립한 조직은 전세계 27%인데 이 비중은 오는 2023년까지 75%로 커진다. 올해 기업 60%가 '디지털퍼스트' 중심 정책을 채택해 원격근무와 디지털기술 활용 등 직원들의 경험을 디지털화하는 데 집중 투자한다.
'전통의 강호' 빅3는 삼성·SK·LG 그룹사 주요 업종별 DX 지원 경험을 바탕으로 대외사업을 강조하고 있다. 앞서 수행한 업종별 그룹 계열사의 DX 지원 활동도 고도화할 방침이다. '신흥 강자'로 떠오른 KT엔터프라이즈는 KT의 DX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대외사업에 집중을 예고했고, 역으로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차그룹의 모빌리티 등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SW 기반 융합기술 역량 강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기술은 이들의 공통분모다.
삼성SDS는 기업의 DX 추진 동력으로 AI·분석·IoT, 자동화·협업, 블록체인, 클라우드·보안, 4대 분야 기술을 고객 이해, 하향식 전략수립, 현장업무, 효율향상, 업무시스템 아키텍처 변경, 디지털 문화 정착 등에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여러 보유 기술과 선도사례 노하우를 활용해 업무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인텔리전트 엔터프라이즈', 제조부문의 예지정비·불량탐지 등을 지원하는 '인텔리전트 팩토리', 물류 예측과 효율화를 위한 '인텔리전트 로지스틱스' 등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삼성SDS는 지난달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금융, 물류, 리테일, 플랜트 등 업종별 혁신을 수행한 부서와 AI·보안·블록체인·클라우드 관련 사업·기술개발을 맡았던 임원 18명을 승진시키며 DX 성과 창출을 독려했고, 올해도 이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황성우 삼성SDS 대표(사장)는 최근 신년사를 통해 "모든 기업과 기관들은 지속적으로 IT를 활용한 변화를 추구할 것"이라며 "IT와 솔루션 기술을 통해 고객의 변화에 기여하고 그 변화에 의한 성과와 가치를 높이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LG CNS는 자체 클라우드, 빅데이터, 스마트팩토리, 블록체인, 스마트시티, 로봇서비스운영 플랫폼을 민간·공공 DX 촉매로 제시하고 있다. 작년 클라우드·AI·IoT·블록체인 신기술을 활용하는 행안부 차세대 지방재정관리시스템, 국세청 인도네시아 국세행정시스템, 세종스마트시티, 분산신원인증(DID) 기반 모바일 공무원증 시스템 등 공공분야 시스템 구축사업을 수주했다. LG CNS의 연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고객사의 클라우드·빅데이터·AI 기술 도입과 적응을 지원한 부서 임원 5명이 승진했다.
LG CNS는 아마존웹서비스(AWS)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전사적으로 도입하는 대규모 클라우드 전환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18년 11월부터 대한항공의 전사 IT인프라 전환을 맡고 있고, 지난 2019년부터 5년 내에 전자·화학 등 LG그룹 계열 IT인프라 90% 이상을 퍼블릭·프라이빗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계획도 실행 중이다. 김영섭 LG CNS 대표(사장)는 신년사에서 "신기술에 대한 경험을 빠르게 축적해 고객의 사업 경쟁력을 높여나갈 정예 전문가가 돼야 한다"며 "사업방식을 인력파견 형태에서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전환하고 서비스 범위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K㈜ C&C는 컨테이너 플랫폼 기술을 포함한 자체 클라우드사업 브랜드 '클라우드 제트'를 중심으로 멀티·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IBM, AWS 등 기존 파트너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등 여러 다국적 클라우드 사업자의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역량을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오는 2022년까지 계열사의 주요 시스템 80%가량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려는 SK그룹의 수요 등 대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올해 SK㈜ C&C는 3~4년 내 기업가치를 3배 이상으로 높이기 위해 플랫폼·버티컬솔루션 제공에 초점을 맞춘 DX 중심 사업모델 전환과 멀티클라우드 관리형서비스사업자(MSP) 역할 확대에 나선다. 환경·안전, 보건·의료 분야 디지털기반 사업을 확대해 SK그룹의 환경·사회·거버넌스(ESG) 추진을 지원한다. 박성하 SK㈜ C&C 대표(사장)는 신년사에서 "IT서비스 기반 위에 다양한 디지털기술을 적용해 사업모델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디지털전환"이라며 "긴밀한 소통을 위해 전 조직이 '원팀'으로 실행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KT엔터프라이즈는 KT의 DX 성공모델 발굴을 주도하고 있다. 금융, 물류, 사무환경, 헬스, 제조, 데이터센터, 사회간접자본 등 분야별 기업·조직에 KT 클라우드를 DX 핵심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AI, 빅데이터, IoT, 블록체인, 데브옵스 등 주요서비스를 제공해 분야별 DX 성공모델을 만들고, 지역·중소기업으로 확산시킬 예정이다.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중심 '디지털플랫폼기업' 도약을 꾀하는 KT의 목표 달성에 중추적 역할을 맡아 대외 기업 DX 수요를 공략할 전망이다.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 부문장(부사장)은 지난달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공공·금융뿐만 아니라 중공업·제조·유통·중소기업 등 많은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언급하고 "KT엔터프라이즈가 혁신적이고 열려 있으며 파트너 중심의 조직임을 시장에 보여줄 계획"이라면서 전방위적 DX 사업 전개를 예고했다. 구현모 KT 대표는 최근 신년사를 통해 "올 한해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KT그룹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며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해 고성장 신사업에 도전할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현대오토에버는 DX를 통해 고객 성장을 견인하는 가치창출 파트너를 자처하고 있다. 디지털 비즈니스를 지원하기 위한 제조·홈IoT, 클라우드, AI서비스, IoT보안, 빅데이터 등 공통기능을 제공하는 디지털플랫폼 분야를 필두로 자동차산업IT,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시티, 차세대보안 등 5대 사업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다. 핵심은 완성차제조기업과 전후방 연관산업 계열사를 거느린 현대차그룹의 미래 산업 및 기술 비전을 실현하는 역할에 있다. 대외사업보다는 그룹 수요 지원에 무게가 실린다.
현대오토에버의 올해 DX 사업전략은 현대엠엔소프트, 현대오트론과의 합병 이후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난달 3사 이사회의 합병 결의에 따라 다음달 25일 임시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4월 1일까지 합병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후 차량용인포테인먼트, 클라우드, 커넥티드카를 아우르는 종합 SW솔루션 공급업체로 모빌리티 중심 미래차 융합IT 전략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오일석 현대오토에버 대표(전무)는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모빌리티 SW 전문기업으로 도약하는 단계"라며 "신규 통합법인은 합병목적과 취지에 맞춰 사업영역과 비전을 표현할 새로운 이름으로 출발한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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