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의 해를 맞은 2021년 코스피지수가 장 중 사상 첫 3000포인트를 돌파하며 국내 증시 출범 65년 만에 꿈의 지수에 도달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2010년 유럽재정위기와 2020년 코로나19까지 증시를 압박해 왔던 악재들을 이겨내온 국내 증시는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들의 힘으로 새로운 장을 맞이하게 됐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9분 코스피 지수는 3027.16포인트를 찍으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1980년 1월 4일 100포인트로 시작한 코스피는 1989년 3월 31일 처음으로 1000포인트를 돌파했고, 2007년 7월 25일 2000포인트를 돌파했다. 100포인트에서 1000포인트로 상승하는 데 9년이 걸렸고, 2000포인트로 올라서기까지 18년이 걸렸다. 2000포인트에서 3000포인트 진입까지 걸린 기간은 앞선 기간보다 짧은 14년이다.
코스피 3000의 꿈은 역대 대통령들의 꿈이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 후보시절 당시 1900선이었던 코스피지수를 임기 내 5000포인트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으나 2000포인트 초반에 머물며 실패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2년 대선후보 시절 임기 내 3000포인트 달성을 자신했지만 역시 실패로 끝났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2.77포인트(0.09%) 오른 2993.34로 시작한 이후 개인들의 매수세가 유입되며 사상 최고기록을 꾸준히 경신했다. 하지만 장 후반 급등에 따른 차익 매도물량 유입과 피로누적으로 주가는 소폭 하락하면서 지수는 3000포인트를 밑돌았고 결국 전거래일 대비 22.36포인트(-0.75%) 하락한 2968.21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장 중 3000포인트를 돌파하게 된 1등 공신은 개인투자자들이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코스피 지수가 1400포인트까지 추락하자 개미들은 저가매수에 나서며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특히 개인들이 외국인들의 매도물량을 소화하며 상승장을 지켜내자 개미투자자와 동학운동이 더해져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하기도 했다.
작년 개인투자자들이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수한 금액은 47조4907억원이다. 2018년 개인 순매수액인 7조450억원에 비해 증가율로 따지면 574%가 넘는다. 반면 지난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4조5652억원, 25조5344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이 외국인과 기관의 물량을 흡수한 것이다.
소띠해 첫 개장일인 4일에도 개인투자자들은 하루에만 1조310억원을 순매수했고 이튿날인 5일에도 7284억원을 사들이며 공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했다.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이날도 개인들은 2조240억원을 순매수하며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물량을 받아냈다.
개인투자자들의 파워가 강해진 배경은 부동산으로 흘러갔던 자금들의 증시 유입으로 요약된다.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규제정책을 내놓으면서 저금리 시대 넘쳐나는 유동성들을 증시로 흘러갈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었고, 개인들은 이를 바탕으로 전통적인 수급 주체인 외국인과 기관과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이 가능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환골탈태를 이끌 세 가지 핵심동력에서 최근 긍정적 상황변화가 확인된다”며 “기업들의 이익 상승 강화와 빨라진 외국인과 개인 간 수급 선순환, 경기회복을 위해 글로벌 리플레이션 트레이딩 기류가 되살아난 것”이라고 말했다. 즉, 기업들의 이익 증가와 함께 세계 각국 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한 재정정책에 나서고 있어 대내외적으로 긍정적인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외국인들의 매도물량을 개인이 매수하는 수급 선순환 역시 강세장을 지지하는 힘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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