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의 일부 유통·판매점들이 로봇청소기나 에어프라이어, 에어팟 등 최대 수십만원 상당의 고가 사은품을 내걸고 가입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정부 당국의 불법보조금 단속이 강화되자 경품을 대신 제공하는 방식으로 편법을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LG유플러스의 일부 온라인 스마트폰 판매 및 유통점은 신규 가입이나 기기변경 등을 하면 소비자에게 다양한 사은품을 제공하고 있다. 상품 종류는 차이슨 무선청소기와 로봇청소기, 에어프라이어, 커피머신, 애플 에어팟 등이다. 에어팟 1세대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 시 약 15만원, 차이슨 청소기는 10만원 수준이다.
특히 유통점은 요금제나 가입조건에 따라 차등적으로 사은품을 지급하고 있다. 사실상 고가요금제로의 가입을 유도하는 셈이다. 한 유통점에서는 LG유플러스 10만원 상당의 요금제로 번호이동을 하는 경우 청소기와 에어팟 등의 경품을 최대 두 개까지 주겠다고 내걸었다. 또 다른 유통점에서도 "사은품 지급은 개통조건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며 "원하는 사은품이 있으면 최대한 맞춰주겠다"고 공언하기도 한다.
스마트폰 개통 시 고가의 사은품을 지급하거나 고가 요금제 가입을 유도하는 행위는 모두 법 위반 행위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단말기 공시지원금의 15% 한도에서만 사은품을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시지원금을 최대 65만원 지급하는 갤럭시S20 모델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9만7500원보다 비싼 사은품을 제공하면 불법이다. 방통위는 스마트폰 케이스나 액정보호필름, 충전기 등에 한해 제공 가능한 사은품으로 인정하고 있다.
고가 사은품을 내건 영업행위는 비단 LG유플러스만의 문제는 아니다. 앞서 KT 역시 일부 유통점에서 지난해 크리스마스 연휴를 전후해 플레이스테이션과 같은 고가 사은품을 제공해 방통위의 행정지도를 받기도 했다. SK텔레콤의 일부 온라인 판매점도 이와 유사한 행태의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의 불법보조금 단속이 강화되자 일부 유통점에서 가입자 유치를 위해 불법보조금 지급 대신 고가 사은품을 내건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들 유통점은 특정 시간에만 공지글을 올리는 등 '스팟성' 영업으로 단속을 피하기도 한다.
통신사 관계자는 "통신시장 자정활동에 나서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고가 사은품을 내걸고 영업을 하는 곳들은 이통사와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있지 않다 보니 페널티를 내릴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워낙 판매점들이 많아 일일이 관리감독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유통점에서는 공식인증 대리점이라고 내걸고 있는 데다, 이통사들이 공시지원금 등 판매정책을 결정하는 만큼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도 관련 내용을 인지하면서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낙준 방통위 단말기유통조사담당관은 "시장 내에 다양한 영업방식이 존재하고 유통점이 많기 때문에 타사에서 비슷한 영업사례가 없다고 할 수 없다"며 "현재 시장 상황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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