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무성이 8일 남관표 주일대사를 초치해 한국 법원의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에 항의했다. 공교롭게도 외교부는 이날 강창일 전 국회의원을 주일대사로 공식 임명했다.
남 대사는 이날 오전 11시 24분경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에 있는 일본 외무성 청사로 들어갔다가 9분 만에 나왔다.
남 대사는 외무성 청사를 나서면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 정부 입장을 들었다”면서 “우리로서는 한·일 관계에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 않고 해결될 수 있도록 가능한 노력을 하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정곤 부장판사)는 이날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에게 1인당 1억원씩을 위자료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대상으로 한국 법원에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중 판결이 선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측은 즉각 항의, 남 대사를 외무성 청사로 초치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제기한 이번 소송의 심리에 국제법상의 주권면제 원칙을 내세워 불응해 왔다. 또 일본 정부에 배상 판결이 내려지면 한·일 관계가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권면제 원칙은 다른 나라의 재판에서 국가는 피고가 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원의 위안부 배상판결로 한·일 관계가 또다시 위기에 빠진 가운데 외교부는 이날 새로운 주일대사를 임명했다.
청와대는 지난해 11월 강 전 국회의원을 주일대사로 내정했다. 그러나 두 달이 넘게 강 대사에 대한 아그레망(외교 사절에 대한 주재국 동의)이 나오지 않으면서 양국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등장하기도 했다.
앞서 일각에서는 강 대사가 지난 2019년 “한국에서는 (천황 대신) 일왕이라고 말하자”고 언급한 것이 일본에서 문제가 돼 아그레망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강 대사는 정치권의 대표적인 ‘일본통(通)’으로 불린다. 그는 제주 오현고와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도쿄대에서 동양사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같은 대학에서 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이후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를 거쳐 일본 도쿄대 문학부 객원연구원으로 재직했다.
강 대사는 제17·18·19·20대 국회의원을 지낸 4선 의원으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과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17년부터는 한일의원연맹 회장으로 활동했고, 지난해 10월에는 한일의원연맹 명예회장에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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