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올해 첫 중견기업 제재는 KPX...장남 회사에 부당 수익 '몰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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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21-01-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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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정위, KPX 소속 계열회사 간 부당한 지원행위 시정

  • 원료 수출 영업권을 총수 장남 개인회사에 무상 제공

[자료=KPX홀딩스 캡쳐]

KPX홀딩스가 계열사를 이용해 그룹 회장의 장남 회사에 영업권을 무상 양도했다. 이렇게 부당한 방식 으로 확보한 현금을 지주회사 지분 확보에 사용해 경영권 승계를 도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진양산업이 양규모 KPX홀딩스 회장의 장남인 양준영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씨케이엔터프라이즈에 스폰지 원료 수출 영업권을 무상으로 제공한 행위에 시정명령과 총 16억3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2019년말 기준 자산총액이 2조3000억원인 KPX는 27개 계열사를 소유한 중견 화학그룹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KPX 계열회사인 진양산업은 2015년 8월 보유하고 있던 스폰지 원료 폴리프로필렌 글리콜(PPG)의 수출 영업권을 씨케이엔터프라이즈에 무상으로 양도했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그룹 회장 장남인 양준영 부회장이 소유한 지분 88%를 포함해 총수(동일인) 일가가 100% 소유한 부동산 임대회사다. 이번 사건 지원 행위로 수출업을 영위하게 됐다.

진양산업은 스폰지 제조에 필요한 원부자재를 국내업체에서 매입한 후 상당한 이윤을 더해 베트남 현지법인 비나폼(진양산업 100% 지분 보유)에 수출했다. 비나폼은 진양산업에서 수입한 원부자재로 스폰지를 생산해 현지 국내 신발 제조업체인 창신·태광실업 등에 납품했다.

진양산업은 2012년 4월부터 PPG 물량 일부를 씨케이엔터프라이즈에 이관한 이후 2015년 8월부터는 모든 물량을 씨케이엔터프라이즈에 넘겼다. 무상 양도에 따른 지원 금액은 총 36억7700만원에 이른다.

모든 물량이 이관됐는데도 2016년 12월까지 씨케이엔터프라이즈에 실무 인력은 없었다. 다른 계열사 직원이 수출 업무를 대신 해야 했다. 

이 같은 지원으로 인해 2011년 3억2700만원에 불과했던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매출은 PPG 수출 물량이 이관되기 시작한 2012년부터 12~22배로 불었다.

연 평균 영업이익 역시 지원을 받기 전인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약 7700만원에 그쳤다. PPG 수출 물량이 이관되기 시작한 2012년부터 2019년까지는 약 14억600만원으로 18배 이상 늘었다.
 

[자료=공정위 제공]

공정위는 KPX의 이 같은 행위는 공정거래를 저해해 잠재적인 경쟁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막을뿐 아니라, 총수 장남의 경영권 승계 발판을 마련하는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진양산업으로부터 PPG 수출 물량을 이관받은 덕에 현금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했고, 그 수익을 지주회사인 KPX홀딩스 지분 확보에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공정위는 향후 금지명령과 함께 진양산업에 13억6200만원, 씨케이엔터프라이즈에 2억7300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SPC, 창신에 이어 법 위반 감시의 범위를 중견 기업집단까지 넓힌 사례다.

중견기업은 대기업집단에 비해 기업집단 내·외부의 감시와 견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이런 이점을 악용해 대기업집단이 참여하지 않는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제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공정위가 중견 기업집단의 부당지원 행위를 적극적으로 제재하는 배경이다.

무형자산의 부당 지원으로는 SPC 건에 이어 두 번째 시정 사례다. 무형자산 중 영업권으로 한정할 경우 최초의 시정 사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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