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가 10일에도 이어진다. 지난 5일 개막 이후 6일째다.
이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날 당 대회 5일 차 회의에서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에 관한 토론이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또 당 중앙검사위원회 사업총화 보고와 당 규약 개정 등 2가지 의정에 대한 결정서가 채택됐다고 전했다.
다만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에 대한 결정서를 채택한다는 언급은 없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례적으로 사흘 동안 사업총화 보고를 하고, 대회 참가자들이 이에 대해 이틀 동안 토론하고서도 결론을 내지 않은 것이다.
북한은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결정을 새로 선거되는 제8기 당중앙지도기관이 다음 대회에서 심의·채택한다고 밝혀 제9차 당 대회에서 결정서가 채택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다음 대회’가 제8차 당 대회 6일 차 회의인지, 아니면 5년 뒤에 열릴 제9차 당 대회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5년 만에 노동당 규정을 개정했다. 개정된 당 규약은 국방력 강화와 비서국 부활, 그리고 당 대회를 5년에 한 번씩 소집한다는 내용이 추가된 것이 주목할 대목이다.
◆핵무기 발전 이어 당 규약에 ‘국방력 강화’ 명시
신문은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결정서 ‘조선노동당 규약 개정에 대하여’를 전원일치로 채택했다”고 밝히면서 “공화국 무력을 정치·사상적으로, 군사 기술적으로 부단히 강화한 데 대한 내용을 보충했다”고 전했다.개정된 당 규약에 대해선 “우리 당의 영원한 지도 사상인 위대한 김일성-김정일주의가 더욱 부각되고 당의 최고 강령과 사회주의 기본 정치방식이 명백히 규제됐다”면서 “당의 조직형식과 활동 규범들이 일부 수정 보충됐다”고 설명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당의 영원한 지도 사상, 최고 강령으로 김일성-김정일주의를 혁명과 건설의 영원한 기치로 높이 들고 나간다는 데 대해 성문화했다고 밝혀, 노동당의 탄생과 발전이 이들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정일 시대 선군정치를 삭제하고 인민 대중 제일주의를 정식화한 것은 이미 핵 무력을 보유한 상황에서 과거 고난의 행군시기 정립했던 선군정치 방식으로 인민들을 제약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당의 존재 이유가 인민, 애민에 있다는 점을 내외에 알림으로써 주민들의 당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하기 위한 일환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신문은 특히 당 규약이 “조국 통일을 위한 투쟁 과업 부분에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을 제압해 조선반도(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적 환경을 수호한다”는 것을 명백히 밝혔다고 부연했다.
이어 “강위력한 국방력에 의거해 조선반도의 영원한 평화적 안정을 보장하고, 조국 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앞당기려는 우리 당의 확고부동한 입장이 반영됐다”고 덧붙였다.
기존 당 규약 서문에는 김 위원장의 “자위적인 전쟁억제력 강화” 성과만 언급, 국방력 강화 목표를 명시하지 않았다.
앞서 김 위원장이 핵기술 고도화와 핵 잠수함 개발 의지를 드러낸 데 이어 당 규약에 ‘공화국 무력 강화’ 관련 내용을 추가해 국방력 강화를 뒷받침한 셈이다.
아울러 군이 당의 영도를 받는다는 것도 확인했다. 신문은 “인민군은 사회주의 조국과 당의 혁명을 무장으로 옹호 보위하고, 당의 영도를 앞장에서 받들어나가는 조선 노동당의 혁명적 무장력이라고 규제했다”고 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변경된 문장이 완전히 공개돼야 더 분명하겠지만, 과거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 평화통일, 민족 대단결의 원칙’을 삭제하고 국방력을 통한 평화와 통일을 이야기한다면 결국 남북의 특수관계라는 현실적 인정 속에서 사실상 국가 대 국가의 남남인 관계로 안정과 평화의 공존 속에서 발전과 번영 그리고 통일이라는 과정을 그리는 듯하다”고 풀이했다.
정성장 미국 윌슨센터 연구위원 및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북한은 핵과 미사일에 기반을 둔 우월한 국방력으로 한반도 정세 안정뿐만 아니라 조국통일도 실현하겠다는 노선을 채택한 것”이라면서 향후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더욱 고도화될수록 남측에 강압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서국’ 5년 만에 부활···당 대회 개최규정도 명시
북한은 당 규약 개정을 통해 5년 만에 노동당 정무국을 폐지하고, 비서국을 부활시켰다. 또 당 대회를 5년에 한 번씩 소집하고, 소집 발표는 수개월 전에 하겠다는 점을 명시했다.신문은 “각급 당 위원회 위원장, 부위원장 직제를 책임비서, 비서, 부비서로 하고 정무국을 비서국으로, 정무처를 비서처로 고쳤다”고 밝혔다. 이는 2016년 제7차 당 대회에서 비서국을 정무국으로 바꾼 뒤 5년 만에 다시 이전 체계로 돌아간 셈이다.
당 정치국과 당 중앙검사위원회 권한도 추가했다.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정치·경제·군사적으로 시급하고 중대한 문제를 결정하며 국가 중요 간부 임면 문제도 토의하도록 했다.
당 중앙검사위원회는 기존 당의 재정관리 사업만 담당하던 것에서 당 규율 위반행위 등을 감독 조사하고 당 규율 문제 심의와 신소청원 처리사업도 맡도록 했다.
당 중앙군사위원회는 필요한 성원들만 참가시키고 소집해, 긴박하게 제기되는 군사적 문제를 신속하게 토의할 수 있는 담보를 마련했다.
눈에 띄는 점은 정치국 상무위원이 위임을 받아 회의를 사회할 수 있도록 해 김 위원장이 직접 사회하지 않아도 당 정치국 회의를 열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지위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5인 체제의 상무위원회가 확대되고, 김 제1부부장이 포함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북한은 지난 2010년 9월 제3차 당 대표자회를 통해 삭제했던 당 대회 개최 규정을 다시 명시했다.
당 대회를 5년에 한 번씩 소집하고, 소집 발표를 수개월 전에 해 당 대회에서 당 중앙위원회의 사업을 정상적으로 총화하고 중요한 전략·전술적 문제들을 제때 토의 결정해 당 중앙지도기관을 정비 보강하기 위함이다. 또 혁명의 참모부로서 당의 영도적 역할을 높이려는 것에도 목적을 뒀다는 것이 신문의 설명이다.
한편 북한은 전날까지 제8차 당 대회 4개 의정 가운데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당 중앙검사위원회 사업총화 △당 규약 개정 등 3개 의정을 마무리했고, 당 중앙지도기관 선거만 남겨 두고 있다.
북한이 이날도 대회가 계속된다고 밝힘에 따라 당 중앙지도기관 선거는 이날 이뤄지고, 조만간 김 위원장의 대회 폐회사와 함께 당 대회 종료를 발표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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