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영매체가 노동당 제8차 대회 5일 차 회의 내용을 영문판으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오역’이라는 실수를 범했다.
10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진행된 제8차 당 대회 소식을 전하며 “첫째 의정에 대한 결정을 새로 선거하는 제8기 당 중앙지도기관이 다음 대회에서 심의해 채택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문제가 된 내용은 ‘다음 대회’ 부분이다. 통신은 영문판에 해당 내용을 ‘The congress decided to examine and adopt the resolution on the first agenda item at the next congress after the leadership body of the 8th Party Central Committee to be newly elected forms the resolution drafting committee and sums up creative and constructive opinions through inter-sector consultative meetings’로 번역했다.
‘다음 대회’를 ‘at the next congress’로 표현한 것이다. 이로 인해 제8차 당 대회의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결정서 채택이 5년 뒤인 제9차 당 대회에서 이뤄질 거란 보도가 줄을 이었다.
하지만 대북 전문가들은 제8차 당 대회 결정서를 5년 뒤인 제9차 당 대회에서 채택하는 것은 전례도 없고, 말이 되지 않는 것이라며 ‘오보’라고 입을 모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당 대회의 꽃은 향후 5년의 당 국가사업과 청사진,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재정계획과 청사진을 총괄하는 중앙지도기관 선거”라며 제9차 당 대회에서의 결정서 채택 주장에 선을 그었다.
양 교수는 “‘대회는 계속된다’는 (북한 매체의 보도) 문맥 흐름 상 다음 대회는 6일 차 대회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음 대회’가 제9차 당 대회라는 해석에 반박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제8차 당 대회 총화 결정보고서는 오늘(10일) 채택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결정서가 공식 채택돼야 법적 효력을 갖게 되고 이에 기초해 당 대회 결정 관철을 위한 본격적인 이행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논란은 이날 통신이 영문판 기사를 일부 수정하면서 일단락됐다. 통신은 논란이 된 영문판 기사의 ‘at the next congress’를 삭제했다.
정성장 미국 윌슨센터 연구위원 겸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조선중앙통신이 초기 번역문에 따르면 ‘at the next congress’에서 당중앙위원회 사업총화에 대한 결정서를 채택하는 것으로 되어있다”면서 “9차 당 대회에서 결정서를 채택할 것이라는 판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문 문장을 보면 ‘의견들을 종합한 다음 대회에서 심의하여 채택’이라고 되어있다”면서 “의견들을 종합한 후에 대회에서 채택하는 것이 맞다”며 “만약 북한이 제9차 대회에서 결정서를 채택할 계획이었다면 ‘의견들을 종합한 후 다음 대회에서 심의해 채택’한다고 했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정 연구위원은 “흥미로운 것은 이 문장에 대해 일부 언론과 조선중앙통신의 영문 번역자 모두 ‘다음 대회’ 즉 9차 대회에서 결정서를 채택하는 것으로 잘못 해석했다는 사실”이라며 “그리고 한국사회에서 이 부분이 논란이 되자 조선중앙통신이 관련 문장에서 at the next congress’를 삭제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정서가 제9차 당 대회에서 채택될 가능성은 사라졌지만 결정서 초안 작성위원회를 구성하고 부문별 협의회들에서 창발적이며 건설적인 의견들을 종합한 다음, 대회에서 심의하여 채택한다고 하니 당 대회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조선중앙TV 이날 보도에 따르면 리춘희 아나운서는 해당 내용에 대해 “의견들을 종합한 다음, 대회에서 심의하여”라고 띄어 읽어, 제8차 당 대회 기간에 결정서가 채택된다는 점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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