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장품 '유통 1번지'→'밀수 온상’ 전락…선전 화창베이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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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입력 2021-01-11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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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장품 밀수단속반 뜨자···점포들 '야반도주' 행렬

  • "유통 화장품 90% 밀수·짝퉁" 화장품 밀수의 온상 '전락'

  • 하이난성 면세점 '반사이익' 기대감

지난 8일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深圳) 화창베이(華强北) 거리에 위치한 밍퉁청(明通城) 화장품 상가몰. 대다수 화장품 점포 셔터문은 굳게 닫혀있다. 상가 내부 곳곳엔 '반(反)밀수, 짝퉁 타도'와 같은 플래카드가 붙여져 있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새벽 1~2시에도 면세 화장품을 싹쓸이해 담는 보따리상, 일명 '따이궁(代工)'들이 북적거리며 불야성을 이뤘던 곳이다. 하지만 새해 밀수 단속 강화에 된서리를 맞으며 썰렁하다 못해 을씨년스럽다.

최근 중국 21세기경제보 등 현지 언론은 한때 중국 면세화장품 도매 1번지로 하이난성 면세점도 위협했던 화창베이 거리가 '밀수의 온상'으로 전락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화창베이 밍퉁청 화장품 상가 내부. 대다수 점포 문이 굳게 닫혀있고 곳곳에 밀수 단속 관련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사진=중국 웨이보]


◆ 1000억대 화장품 밀수 적발에 단속 강화···점포들 '야반도주' 행렬

화창베이 화장품 상가의 중심인 밍퉁청이 집중 단속대상이 됐다. 지난 5일 선전시 해관·공안·공상 당국의 합동 단속반이 이곳에 들이닥치며 대대적인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각 화장품 점포엔 물품 입출고와 매출 기록을 제출하라는 지시도 떨어졌다. 이곳 관계자는 "이번 단속으로 당분간 휴업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밍통청 뿐만이 아니다. 인근 만하(曼哈), 위안왕(遠望), 뉘런스제(女人世界), 완메이(萬美) 등 주요 화장품 상가몰 점포들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 중국 증권시보는 현재 화창베이 화장품 상가몰 점포 98%가 문을 닫았다고 보도했다.

특히 밀수 단속반이 뜨자 밤새 물품을 트럭에 실고 야반도주한 점포들도 상당수다. 중국 시대주보는 이곳서 서둘러 가게 화장품을 싸들고 철수하는 점포들이 급증하면서 화물차 수요가 갑작스레 급등했다며 운송비가 15%나 올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당국이 대대적인 밀수 단속에 돌입한 건 지난해 말 이곳서 대량의 해외 화장품을 밀수해 중국내에 유통하던 밀수 범죄단체 4곳을 적발했기 때문이다. 당국은 이들이 밀수한 외제 화장품 모두 6억 위안(약 1000억원)어치를 몰수했다. 랑콤, 에스티로더를 비롯해 일본·한국산 화장품들이 대거 포함됐다. 대부분은 불법 국제 전자상거래를 통해 중국 내로 은밀히 반입한 것이었다. 

​◆ "유통 화장품 90% 밀수·짝퉁" 화장품 밀수의 온상 '전락'

화창베이는 2016년까지만 해도 '짝퉁 휴대폰'을 비롯한 각종 전자제품을 파는 디지털 전자상가로 이름을 떨쳤다. 하지만 중국내 짝퉁 전자제품 수요가 줄며 2017년부터 차츰 전자제품 매장이 사라지고 그 빈 자리를 화장품 가게들이 채웠다.

'면세천국'인 홍콩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이다보니 홍콩을 통해 들어온 세계 각지 면세 화장품이 이곳에서 싼값에 유통됐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심각해지면서 하늘길이 막힌 따이궁들도 이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코로나19로 매출이 곤두박질 친 우리나라 면세점 업계도 화창베이를 화장품 재고 해소를 위한 중요한 유통채널로 활용한다는 말이 나왔다. 

그렇게 화창베이는 짝퉁 전자상가에서 면세 화장품 도매 1번지로 탈바꿈 중이었다. 전국 각지 화장품 유통업자들이 선전으로 몰려들면서 화창베이 화장품 유통시장은 빠르게 성장했다. 

무엇보다 판매가격이 시중 판매가의 거의 절반에 불과한 게 가장 큰 메리트였다. 중국 국내 면세점 판매가보다도 싸다. 예를 들면 시중판매가로 1000위안이 넘는 에스티로더 주력상품 '갈색병' 100ml짜리가 여기서는 620위안에 팔린다. 하이난 면세점 가격 800위안보다도 싸다.

앞서 지난해 9월 21세기경제보는 밍퉁청에서 하루에만 최소 1억 위안, 한달새 30억 위안어치 화장품 거래가 이뤄졌다며 중국 본토 '면세천국'으로 떠오른 하이난(海南)성 내국인 면세점도 위협할 정도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번 단속으로 화창베이가 밀수와 짝퉁에 기대 화장품 도매 1번지로 성장했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화창베이에서 팔리는 대다수 화장품은 불법적으로 유통된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이토록 싼값에 팔 수가 없다"고 전했다. 밍퉁청의 한 직원도 21세기경제보를 통해 "이곳 화장품의 90%는 밀수나 짝퉁"이라고 지적했다. 

​◆ 하이난 내국인 면세점 '반사이익' 기대감도

중국 당국은 이번 기회에 화장품 밀수를 대대적으로 단속해 중국 국내 화장품 시장의 건강한 발전을 촉진하는 한편, 중국 국내 면세점 산업 발전도 대대적으로 지원사격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최근 중국은 하이난성을 국제자유무역항으로 지정하고 홍콩처럼 면세쇼핑 산업을 적극 키우고 있다. 한 달새 무려 6곳의 면세점이 하이난성에 신규 오픈할 정도다. 하이난성은 2022년까지 하이난성 면세점 매출을 1000억 위안, 2030년까지 7000억~8000억 위안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매출은 300억 위안이었다. 화창베이 화장품 밀수 단속으로 하이난성 면세점이 반사효과를 입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한편 중국 화장품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9년 중국 화장품 시장은 전년 대비 13.84% 증가한 4777억2000만 위안(약 81조원)을 기록했다. 다만 시중에 유통되는 화장품의 70%는 외국계 화장품으로, 중국 토종 화장품 비중은 약 1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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