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순하게” 소주의 독한 경쟁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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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기자
입력 2021-01-1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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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칠성, ‘처음처럼’ 0.4도 낮춰 16.5도…시판 소주 중 최저 도수

  • 저도주·홈술 트렌드에 ‘순한 소주’ 출시 잇따라…원가 절감 차원도

롯데칠성음료 '처음처럼'.[사진=롯데칠성음료]


올해 ‘순한 소주’ 경쟁의 신호탄이 쏘아 올려졌다. 롯데칠성음료가 소주 ‘처음처럼’의 알코올 도수를 16.5도로 인하했다. 하이트진로가 16.9도인 ‘진로이즈백’과 ‘참이슬’로 인기를 끌자 이를 견제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롯데칠성음료는 11일 소주를 가볍게 마시는 것을 선호하는 저도화 음용 트렌드가 지속됨에 따라 처음처럼 알코올 도수를 16.9도에서 16.5도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시판 소주 가운데 가장 낮은 도수다.

소주 본연의 맛은 살리면서 목 넘김을 더욱 부드럽게 했다는 게 롯데칠성음료의 설명이다. 라벨 디자인도 대폭 바꿨다. 산기슭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모티브로 디자인했다. 반짝이는 은박을 사용해 음영을 강조했다. 처음처럼의 알코올 도수 인하는 1년 2개월 만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처음처럼 서체는 그대로 사용해 브랜드만의 정체성은 유지했다”며 “기존 ‘처음처럼 순한’과 ‘처음처럼 진한’도 순차적으로 리뉴얼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 소주 도수 인하 경쟁 계속…0.1도 내려가면 0.6원 원가 절감

소주 도수 인하 경쟁은 1998년 참이슬이 20여년간 이어진 ‘소주 25도’ 공식을 깨고 23도로 도수를 낮추며 시작됐다. 1999년 22도 뉴그린, 2004년 21도 참이슬, 2006년 20도 처음처럼이 나오면서 도수 경쟁이 본격화했다. 2007년에는 19.5도 처음처럼이 나오면서 20도 벽도 깨졌다. 이후 2019년도에는 16.9도의 ‘진로이즈백’이 나와 폭발적 인기를 끌었고 같은 해 처음처럼도 소주를 16.9도로 내렸다.

주류업체들이 소주 도수를 내리는 이유는 독한 술보다 부드럽고 순한 술을 찾는 저도주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취하기보다는 즐겁게 음주를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어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홈술’이 늘어난 것도 한몫하고 있다. 

소주 도수 인하는 원가 절감과도 무관치 않다. 희석식 소주는 고순도 에탄올인 주정을 물에 탄 뒤 감미료 같은 첨가물을 넣은 제품이다. 흔히 알코올에 물을 탄 것이 희석식 소주다. 주정은 외부에서 알코올을 구입해 가공하는 형태다. 도수가 0.1도 내려가면 주정 값 0.6원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0.4도 내려가면 병당 2.4원이 절감된다. 지난해 국내 소주 판매량(25억4444만병)으로 계산해보면 약 61억원의 이익이 늘어난 효과다.

주류업계는 ‘순한 소주’가 등장하면 판매량이 늘었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20도 소주가 등장한 2006년 소주 출고량은 95만6634㎘로 전년 대비 3%가량 증가했다. 19도로 낮춘 2012년도 출고량은 2.6%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저도수 소주를 마시면 기존 소주보다 덜 취하기 때문에 그만큼 판매량이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주류업체들의 저도주 경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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