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종건 급파에도 강경 자세...'韓 선박 억류 사태' 장기화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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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21-01-1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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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건 외교차관, 10~12일 이란 방문

  • 국내 동결된 원유수출대금 문제 논의

  • "한국 정치적 의지 부족했던 탓" 비판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이란으로 출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이란에 억류된 한국 선박의 조기 해제를 위해 테헤란을 방문했음에도 이란 정부가 강경한 자세를 보여 우려가 높아진다.

이란 정부는 최 차관에게 한국에서 이란 원유수출대금이 동결된 것은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 한국 정부가 굴복한 탓이라고 비난했다.

11일 외교부와 이란 정부에 따르면 최 차관과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은 10일 오후(현지시간) 테헤란에서 회담하고 양국 간 공동 관심사 및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최 차관은 억류된 한국 선박의 조속한 해제에 중점을 둔 반면, 아락치 차관은 국내에 동결된 70억 달러(약 7조6000억원) 문제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최 차관은 우선 이란 측의 한국 선박 및 선원 억류를 언급, "부당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조속한 석방을 강력히 촉구하는 한편 이란 측이 선박 억류의 이유로 제시한 환경오염 문제의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자 이란 측은 한국 정부의 요구사항을 관련 기관에 전달했다면서 관련 증거가 신속하게 제출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란 측 보도자료에 따르면 아락치 차관은 최 차관에게 자금 동결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행동은 미국의 몸값 요구에 굴복한 것일 뿐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며 "이란과 한국의 양자 관계 증진은 이 문제가 해결된 뒤에야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란은 한국과 이 문제(원유수출대금 동결)를 해결하려고 대화했지만 결과가 없었다"면서 "한국에서 이란의 자금이 동결된 것은 잔혹한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부과라기보다는 한국의 정치적 의지가 부족했던 탓"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따른 한국의 자금 동결이 '불법적'이라고 주장, "한국 정부는 이란과 관계에서 최우선 사안(동결 자금 해제)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방법을 찾는 데 진지하게 노력해달라"라고 주문했다.

이에 최 차관은 "이란이 한국 내 동결 자금에 접근하도록 하는 문제는 한국 정부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라며 "한국은 이 문제를 최종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노력하겠다는 점을 확실하게 밝힌다"고 약속했다.

다만 최 차관이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해법을 제안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앞서 미국은 지난 2018년 5월 이란과의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한 후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고, 한국 역시 '세컨더리 보이콧(2차적 제재)' 등을 우려, 제재를 이행하고 있다.

이후 한국과 이란 간 교역은 사실상 중단됐고 한국의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이란중앙은행 명의로 개설된 원화 계좌 역시 동결됐다.

이란 정부가 한국에 원유를 수출하고 받은 원화 대금 약 70억 달러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자 한국 정부에 계좌 동결 해제를 계속해서 촉구해왔다.

그러면서 이란은 한국 정부에 이 자금으로 의약품과 의료장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등을 사게 해달라고 요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최 차관은 오는 12일까지 이란에 체류하며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 이란 최고지도자실 고위 당국자 등과도 만나 억류 선박의 조속한 해제와 선원들의 조속한 석방을 거듭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억류 당사자인 혁명수비대와는 직접 만나지 않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 대표단 역시 11일(현지시간) 이란중앙은행 총재를 만나 동결자금 해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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