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27분간의 연설 동안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신년사를 읽어 내려갔고, 손짓을 섞어가며 주요 대목을 강조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신년사에서 ‘경제’ 문제를 강조해왔다. 올해도 어김없이 ‘국민’을 제외하고 ‘경제’를 총 29번으로 가장 많이 언급했다. ‘코로나’는 16번, ‘회복’은 15번 나왔다. ‘경제’는 지난해 신년사에서도 가장 많이 등장(17번)한 단어였다.
올해 국정 분야 중 경제에 큰 비중을 뒀다고 볼 수 있다. 11번씩 언급된 ‘위기’와 ‘뉴딜’도 코로나19 위기 극복 의지를 뒷받침하는 데 쓰였다.
앞서 지난 7일 신년인사회에서 문 대통령이 “새해는 통합의 해”라고 밝히자 ‘사면에 무게를 실었다’는 정치권의 관측이 쏟아진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은 ‘통합’ 대신 ‘포용’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경제 분야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예년에 비중이 높았던 이슈들의 언급 횟수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14차례 등장했던 ‘공정’은 올해는 5번 언급되는 데 그쳤다. ‘평화’도 지난해보다 7번이 줄어든 6차례 등장했다.
2년 전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동 등으로 반전을 모색했으나, 지난해 개성공단 내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으로 남북 대화를 비롯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진전이 없었던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라는 단어도 올해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문 대통령의 남북 관계 복원 의지는 올해도 계속됐다. 문 대통령은 “올해는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지 30년이 되는 해”라며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 국제사회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남북은 손잡고 함께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7일 신년사에선 ‘포용’, ‘혁신’, ‘공정’ 분야에서 ‘확실한 변화’를 강조했다.
특히 2019년 이른바 ‘하노이 노딜’ 이후 소원해진 북한에 접경지역 협력, 스포츠 교류, 철도·도로 연결사업 실현, 비무장지대(DMZ)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남북 공동등재,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공동행사 등을 통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 추진 등 5가지를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의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출범 이래 총 24차례 이어진 부동산 대책이 번번이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자, 문 대통령은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는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며 결국 1년 만에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2019년 1월 10일 신년사에선 ‘혁신성장’을 내세우면서 경제 활력에 관한 의지를 밝혔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출범 초 주요 정책기조 중 하나인 ‘소득주도성장’은 단 한차례 언급되는 데 그쳤다.
2018년 경기 악화로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진 점을 고려한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또 2차 북·미 정상회담, 김 위원장 서울 답방 등 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에 관한 의지를 확인했다.
취임 후 첫 신년사를 발표한 2018년 1월 10일에는 ‘개헌론’을 띄웠다. 문 대통령은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의 동시 실시를 강조하며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당시에는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다짐하면서 “올해가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원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한편, 올해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신년사 발표와 신년 기자회견을 따로 진행했다. 2021년 신년 기자회견은 이달 중순쯤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2018년과 2019년엔 신년사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이어서 진행했다.
청와대는 기자회견에서 여론의 관심이 높은 현안이 언급될 경우, 신년사를 통해 밝힌 국정운영 방향에 관한 여론 집중도가 떨어지는 점을 감안해 지난해부터 신년사와 신년 기자회견을 분리해 진행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