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위안부 판결 ICJ행?...전문가들 "청구권 문제 재론 가능...불리할 것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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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의종 인턴기자
입력 2021-01-12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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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처럼 보복 조치하기 어려울 거라 의견

위안부 소녀상 [사진=연합뉴스]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일본은 해당 사건을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법 전문가들은 일본이 제소하면 해묵은 청구권 문제를 다시 거론할 수 있다는 점과 일본의 무책임한 자세를 공론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리할 것 없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4부(김정곤 부장판사)는 지난 8일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12명이 일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받아들이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일본이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씩 지급하라고 했다.

재판의 쟁점은 '국가면제(주권면제)' 적용 여부였다. 주권면제는 주권국가가 타국에 대한 소송에 관해 재판권을 갖지 않는다는 국제관습법이다. 일본은 주권면제를 들며, 소송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해왔다. 이에 반해 인종청소나 민간인에 대한 집단강간 등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은 주권침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반박이 제시됐다.
 
법원 "반인도적 범죄행위, 주권면제 적용 안 돼"

위안부 피해자 측 소송대리인인 김강원 변호사가 지난 8일 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판부는 △이탈리아 페리니 판결 △반인도적 범죄행위 등을 들어 대한민국 법원에 재판권이 있으며, 일본이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단했다.

페리니 판결은 1940년대 2차 세계대전 당시 친독일이었던 이탈리아 무솔리니 정권 패망 후 나치 독일군이 이탈리아에서 반인도적 범죄행위를 저지른 사건을 다룬 것이다. 이탈리아 최고법원은 독일이 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으나, 독일은 이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끌고 가 판결을 뒤집었고 다시 이탈리아 헌법재판소에서 이를 다시 뒤집은 사건이다.

재판부는 직접적으로 해당 판결을 거론하지 않았으나 사례를 들며, 주권면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봤다. 또 위안부 피해에 대해 “미성년이거나 갓 성년이 된 원고들은 위안부로 동원된 이후 일본의 조직적, 직·간접적 통제 속에 강제로 하루에도 수 십 차례 가혹한 성행위를 당했다”며 반인도적 범죄행위임을 분명히 해 배상 책임을 확실히 했다.

아울러 일본 측이 되풀이하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합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 국제사법재판소行 검토...송기호 변호사 "제소, 응하면 돼"

지난 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일본 정부가 배상해야 한다는 한국 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직후 남관표 주일본 한국대사가 일본 도쿄도(東京都) 지요다(千代田)구 소재 외무성 청사에 들어가고 있다. 외무성이 항의하기 위해 남 대사를 외무성으로 부른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우리 법원이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첫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판결 자체가 역사적 의미는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외교적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하면 피해자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진정한 사죄'와는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송기호 변호사는 결국 문제는 '우리 사법부 판결에 대한 일본 대응'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송 변호사는 "마치 사법 판결로 인해 한·일 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하는데, 오히려 우리나라가 일본 법원에서 어떤 판결을 받으면 우리는 해당 판결을 존중한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2019년처럼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일본 측 대응은 이번에 없을 것이라 봤다. 그는 "당시 일본 조치가 실패했다고 스스로 인정한 만큼, 이번 판결로 인해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봤다.

일본 측은 지난 8일 판결에 대해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본 내부에서도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를 통해 "위안부 문제가 부각될 수 있다"는 신중한 입장이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오히려 국제사법재판소 제소에 응해 전시성폭력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사례를 남기면 된다고 봤다. 

그러면서 "승패를 떠나 오랫동안 청구권 문제로 배치된 부분이 일단락될 것이고, 위안부 할머니들이 말씀하시는 '아시아 평화'에 대해 역사교육을 한다는 기본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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