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폭발적이다. 상상을 초월한다. 여기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저기도 영끌이다. 0%대인 예·적금은 가라. 일주일 만에 1000만원을 벌었다는 주식 체험기가 쏟아지면서 '이참에 나도 한번'을 외치며 주식시장에 뛰어든다. 예·적금 등 시드머니(종잣돈)가 없어도 걱정하지 마시라. 우리에겐 '빚투(빚 내서 투자)'가 있다. 복잡한 서류 없이 1분 만에 돈을 대출 받을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시대가 아닌가.
잠들기 전 '월급만 믿다가 벼락거지가 된다'는 환청이 온몸을 지배할 때쯤 스마트폰을 든다. 1분 후 울린 알림. '신용대출이 완료됐습니다.' 그제야 밀려오는 안도감. '주식으로 돈 벌어서 집 사야지···' 이 패닉바잉(공포 매수)은 단군 이래 최대 학력이라는 MZ세대(1980∼2004년생까지를 일컫는 밀레니얼 세대와 1995∼2004년 출생자를 뜻하는 Z세대)가 이끌고 있다.
◆사다리 걷어차인 2030세대 분투기
패닉 바잉에 깔린 심리는 '사회 양극화'와 '불안한 고용'이다. 과잉 유동성과 저금리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본질은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시대는 끝났다'는 절망이다. 그래서 2030세대는 자신의 영끌·빚투 자금을 '부동산→비트코인→주식' 등에 옮기는 위험한 질주를 한다.
흙수저로 태어난 이상, 계층 이동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수의 2030세대는 초·중·고와 대학교를 거쳐 사회에 진입하는 과정 내내 사다리만 걷어차였다.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의 덫'이 2030세대에 전방위로 파고들었다. '밴드왜건 효과(편승 효과)'가 덮친 전(錢)의 전쟁이다.
특히 부동산 대란 과정에선 정부 불신이 한층 심화됐다. 문재인 정부가 24차례나 부동산을 찍어 누르는 사이, 다수의 서민은 '전세 난민·월세 난민'으로 전락했다. 그 사이 고위 공직자의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소속 1급 이상 고위 공직자가 보유한 아파트 가격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65.1%(지난해 10월 기준)나 상승했다. 이는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장했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14.2%)의 네 배를 웃도는 수치다.
물증은 없지만, 다수의 서민은 수많은 고위 공직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 땅투기를 하지 않겠냐는 의심을 한다. 이는 비대칭적 정보로 발생하는 '주인·대리인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른바 '대리인 딜레마'는 간단하다. 우리의 상상 속 관료는 국민 이익에 봉사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하지만 개인적 이해관계에 둘러싸인 관료는 다수의 소망에 반하는 선택을 한다. 국민은 관료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알지 못한다. 관료는 정보의 불균형을 이용해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
◆대리인 딜레마부터 그리드락 현상까지
이 딜레마를 극복하는 민주적 통제 장치는 작동하지 않는다. 주인·대리인 문제의 부작용인 역선택이나 도덕적 해이, 무임승차 등은 양측의 신뢰를 더 훼손한다.
관료에 대한 불신을 경험한 2030세대는 여의도 정치에도 희망을 걸지 않는다. 여야 정치가 흙수저의 계층 이동을 돕기는커녕 방해 공작만 펼치는 암적 존재로 전락한 지 오래다.
여기에 숨어 있는 코드는 '그리드락(Gridlock) 현상'이다. 이는 옴짝달싹 못하는 교통정체를 일컫는 말이다. 정치권에선 정부와 의회 갈등으로 정책이 무산될 때 이 현상을 인용한다. 검찰 개혁을 비롯해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과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의 처리 때도 여야는 어김없이 갈등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여야는 선택적 정의와 선택적 의심을 반복했다. 각 지지층은 자기 진영에 유리한 가짜 뉴스를 앞세워 여론몰이에 열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신뢰도가 낮은 출처에서 파생한 메시지의 설득 효과가 커진다는 일명 '수면자 효과'의 덫이 대한민국 곳곳을 파고들었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 등장한 동학개미의 활약을 마냥 반길 수 없는 이유다. 이들의 묻지마 투자에는 근로소득을 통한 내 집 마련의 꿈이 깨지자, 자본소득으로 이를 만회하겠다는 절박함이 들어 있다.
그러나 무제한 양적 완화가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땐 2013년 신흥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트리플(주식·채권·통화가치) 약세'에 따른 긴축 발작이 발발할 수도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11일(현지시간) 전거래일보다 0.025% 오른 1.145%로 마감했다. 주가 변동성의 경고음은 이미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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