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한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1위는 무엇일까? 바로 'K팝'이다. 3위는 '드라마'가 차지할 정도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산업군이자 미래 성장을 위한 핵심 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 세계에 한류 문화를 이끈 주요 엔터테인먼트의 설립부터 현재, 향후 전망 등을 살펴보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내일을 전망해본다. <편집자 주>
'걸그룹의 명가' JYP엔터테인먼트는 가수 겸 프로듀서인 박진영이 1997년 설립한 태흥기획을 모체로 설립, 2001년 정식으로 상장했다. JYP라는 이니셜은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와 마찬가지로 박진영의 영어식 이름 Jin-Young Park의 약자인 'JYP'에서 따왔다.
지난 1994년 다리가 훤히 드러나는 비닐 바지를 입고 '날 떠나지마'를 부르던 박진영은 올해로 데뷔 27주년을 맞았다. 그는 싱어송라이터이자 댄스 가수로 성공했고 자신이 설립한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에서 지오디(god), 비, 원더걸스, 투피엠(2PM), 미쓰에이 등을 걸출한 스타로 성공시켰다. 그리고 지난해 2021년 일본에서 론칭한 걸그룹 '니쥬'의 성공으로 존경받는 글로벌 리더로 우뚝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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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JYP엔터테인먼트는 '걸그룹 명가(名家)'라고 불릴 정도로 손대는 걸그룹마다 성공을 거뒀다. JYP의 걸그룹 '원더걸스', '미쓰에이(miss A)', '트와이스(TWICE)', '있지(ITZY)' 등 모두 메이저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앞의 세 그룹은 대상 수상 기록과 멜론 연간차트 1위 곡을 보유하고 있다. 2008년 이후 지금까지, 주간, 월간도 아닌 멜론 연간 1위라는 대기록을 세운 걸그룹은 딱 다섯 그룹이다. 그중 세 그룹이 JYP 소속. 있지는 2020년 1월에 개최된 골든디스크 시상식에서 K-팝 아이돌 최초로 데뷔곡으로 신인상과 음원 본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걸그룹 명가답게 트와이스의 음반 판매량은 보이그룹과 경쟁할 수 있을 만큼 독보적이다. 팬덤을 가늠할 수 있는 음반, 대중성을 가늠할 수 있는 음원 등에서 높은 성적을 기록한 트와이스는 2016년 골든디스크 음원 대상을 수상하며 4년 연속 본상 수상을 했으며, 2017년 이후 3년 연속 골든디스크 시상식에서 걸그룹으로는 유일하게 음원, 음반 본상을 수상했다.
걸그룹 명가의 기록은 2021년에도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해 2월 박진영은 ‘니지 프로젝트(Nizi Project)’라는 이름의 새로운 기획을 소개했다. 이 기획의 골자는 일본의 콘텐츠기업 소니뮤직(Sony Music)과의 협업을 통해 100% 현지인 멤버들로 구성된 걸그룹을 만들어 일본을 근간으로 한 글로벌 활동을 전개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외국인 멤버들을 영입해 해외 진출의 기반을 다졌다면 아예 K-팝(POP)의 시스템 자체를 수출, 해외 멤버들만으로 현지에서 활동하게 하는 새로운 시스템의 시작을 알렸다.
◆ 니쥬, 日 열도 장악한 초특급·초대형 신인의 탄생
약 1년 동안 방영된 니지 프로젝트는 일본에서 그야말로 대 히트를 쳤다. 이를 통해 K-팝의 높은 수준이 일본에 더 잘 알려지면서 한국 문화에 관심이 없던 일본인들의 생각마저 바꾸는 등의 파급효과를 냈다. 니지 프로젝트를 통해 선발된 최종 9명의 인원으로 구성된 걸그룹 '니쥬(NiziU)'는 정식 데뷔 전부터 현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아울러 니쥬는 오리콘의 2020년 6월 29일~7월 5일 기준 디지털 앨범, 디지털 싱글, 스트리밍 등 3개 부문에서 주간 차트 1위에 올라 3관왕을 차지했다. 니쥬는 신곡 'Step and a step' 발표 전부터 초미의 관심을 받아 유명 매거진의 표지를 장식하고, 쇼핑몰 시부야 109와 스카이트리 등 각종 랜드마크와 교통 요지를 멤버들의 얼굴로 도배했으며, 여러 제품군의 광고 모델로 발탁되는 등 대성공의 신호탄을 화려하게 쏘아 올렸다. 또 니쥬는 일본의 대표적 연말 특집 프로그램 NHK의 '홍백가합전'에 신인그룹으로는 가장 단시간 내에 출연하게 된 기록도 세웠다.
일본에서 박진영이 니쥬를 통해 일궈낸 성공은 JYP엔터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관점도 바꿨다. 니쥬의 첫 번째 미니앨범이 발매되기 직전인 2020년 6월 26일 JYP엔터의 주가는 1만원대(1만8700원)였다. 니쥬의 앨범이 발매된 이후 JYP엔터 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2020년 9월 8일 종가 기준) 4만3300원까지 올랐다. 약 두 달 만에 주가가 3배가량 치솟았다.
이 같은 니쥬의 선전에 투자사들은 JYP엔터에 대한 투자 목표치를 상향 제시하는 중이다. 지난 8일 NH투자증권 이화정 연구원은 "신인 걸그룹 니쥬의 일본 내 성장세가 가파르다"면서 "앨범 판매량에서 드러나는 팬덤 규모를 고려할 때 2021년 3번의 컴백(2개 싱글 : 판매량 130만장, 1개 정규 : 판매량 60만장)을 가정 시 앨범 및 팝업스토어 MD판매와 팬클럽 가입 매출만으로도 1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기대했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구글 트렌드 기준 현시점 니쥬의 화제성은 트와이스의 일본 진출 시점과 유사하다. 니쥬의 첫 싱글(1600엔/장) 첫 판매량은 31만장으로 트와이스의 첫 싱글 판매량 대비 120%에 달한다.
◆ 박진영,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박진영 어록도 화제
K-팝의 한계를 돌파한 니쥬가 화제가 된 만큼 일본에서는 프로듀서 박진영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기획을 위해 일본어를 배운 그의 노력과 더불어 프로젝트에 참가한 연습생들에게 전하는 그의 진심어린 조언들은 많은 일본인들을 감동케 했다.
저널리스트 하세가와 도모코는 “한류 붐이 비단 일본만의 현상은 아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한국 엔터테인먼트’라는 장르가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한류가 각 나라의 시장상황에 맞게 트렌드를 만들어낸다’는 점에 주목했다. 어떻게 하면 그 나라에서 히트할 수 있을지 전략을 잘 짠다는 얘기다.
흥미롭게도 니쥬를 발굴한 JYP 수장 박진영의 일본 내 인기가 치솟았다. 그가 오디션에서 건넨 조언들이 ‘명언’으로 화제를 모은 것. 이를테면 “과정이 결과를 만든다” “태도가 성과를 낳는다” 등이 회자됐다. 일본 경제지 ‘동양경제온라인’은 박진영을 ‘이상적인 상사’라고 칭하며, 그의 리더십을 상세히 파헤치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인성교육을 강조하는 박진영의 아이돌 양성에 대한 철학 역시 지난해 YG엔터테인먼트의 버닝썬 사건으로 불거진 빅뱅 승리 논란, SM엔터테인먼트 레드벨벳 아이린 갑질 논란 등이 불거지며 반사적으로 빛을 발했다.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들이 특별히 큰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고 JYP를 떠난 이후에도 박진영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의 인성교육 시스템이 잘 운영되고 있음을 입증한다.
천재적인 댄스 능력과 음악에 대한 뛰어난 감각, 스타를 발굴하는 안목, 인성교육, 직원들에 대한 인간적인 복지, 성공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꾸준히 본인의 앨범을 발매하고 활동하는 성실성 등 JYP엔터테인먼트는 박진영으로 굴러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시작이 박진영이었고 JYP의 본체가 박진영으로 동일시되는 것은 장점인 동시에 리스크이기도 하다.
박진영의 독단적 경영이 야기한 최악의 과오는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이었다. 당시 JYP에서 일했던 전직 스태프의 증언에 의하면 대부분의 직원들이 미국 진출의 성공 가능성이 낮다며 박진영을 말렸으나 밀어붙였고 잘나가던 원더걸스 인기의 발목을 잡은 채 실패하고 돌아왔다.
이후 박진영은 1인 체제에서 벗어나 본인의 영향력을 적게 발휘할 수 있는 구조로 회사 경영을 바꾸었고 그러한 노력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JYP는 지난 2004년 박진영의 구원파 관련설과 함께 회사에 불법 자금이 유입됐다는 루머에 휘말리기도 해 한동안 휘청였다. 또한 올초 JYP 성장의 축을 함께 이끌었던 '갓세븐'이 7년 계약 만료 후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보이그룹의 부재 또한 성장의 걸림돌이기도 하다.
사실 걸그룹과 보이그룹은 팬덤의 규모가 다르다. 본격적인 매출을 견인하는 것은 보이그룹이기 때문에 회사의 성장을 이끌 보이그룹이 없다는 것은 상당한 약점으로 꼽힌다. 유진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걸그룹 명가로 손꼽혀온 JYP는 상대적으로 보이그룹에서는 매니지먼트 역량이 부각되지 못했다"며 "2017년 데뷔한 스트레이 키즈는 글로벌 투어를 개최할 만큼 성장했고 갓세븐보다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성장의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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