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은 격변과 위기의 시대마다 해법을 제시해 왔다. 시대 트렌드를 잘 보여주는 CES(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가 ‘코로나19’로 54년 만에 최초로 온라인 개막됐다. ‘CES 2021’에서도 코로나에 의한 언택트와 과학기술의 결합이 주요 화두 중의 하나이다. 21세기 밀레니엄 시대에는 특히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정출연)이 과학기술 선도를 통해 사회적 요구에 대응하는 시대적 사명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필자는 36년간 몸담고 있는 정출연의 역할을 건설 관점에서 피력해 본다.
첫째, 국가 정책·제도와의 연계 강화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 설계를 위한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까지 총사업비 160조원을 투자하여 일자리 190만개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뉴딜의 ‘SOC 디지털화’와 그린 뉴딜의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 전환’,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 등은 건설과 관계 깊다. 정출연의 스마트 도로·도시·건설, 3D프린팅·자동화·친환경 건설, 제로 에너지 건축물, 재난·재해 대응 시설물, 도시재생 등 많은 기술이 ’한국판 뉴딜‘ 사업에 바로 적용 가능하다. 융·복합 건설기술은 글로벌 건설 신시장 개척과 주도권 확보를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시급히 투자가 필요한 분야다. 시장규모와 파급효과 확대를 위해서는 기준·인증 및 인센티브 등과 같은 정책·제도의 개발과 상호 연계가 필요하다.
둘째, 사회·국제 이슈의 선제적 반영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파리기후협정 복귀,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 2035년까지 건물부문 탄소배출 50% 저감 등 기후변화 관련 공약을 내세웠다. 우리나라·EU·일본 정부도 2050년까지, 중국정부는 206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했고 특히 EU는 2023년부터 탄소국경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도 검토 중이다. 탄소국경세는 건설산업의 중요 자재인 시멘트·철강·석유화학 등에 우선적으로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부문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8%나 차지하기 때문이다. 건설 산업에 큰 영향이 예상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가 전략형 기술·제도·정책이 필요하다. 정출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저탄소 건설, 콘크리트·철근 등 탄소배출 재료 및 에너지 절감 등과 관련한 기술·제도·정책을 국가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고용·일자리도 중요한 사회현안 중 하나다. 갈수록 증가하는 과학기술 수요에도 불구하고 정출연 인력은 10년째 1만5000여명으로 답보상태다.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21명이며, OECD 국가들의 1000명당 40명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대책과 역할이 필요하다.
위기는 기회다. 국민 1인당 GDP는 100달러에서 반세기 만에 3만 달러에 이르고 많은 분야가 세계적 수준에 오르고 있다. 그 과정을 돌이켜 보면 위기와 기회의 역사다.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정출연이 코로나19사태, 4차 산업혁명 등 위기와 사회 패러다임 변화를 극복하고 선도하는 견인차가 되어 국가발전에 기여하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굳게 믿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