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촌오거리 피해자 손배소 승소..."정부기관이 소송대리 기막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최의종 인턴기자
입력 2021-01-17 07: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법조계 "과거사 손배 엇갈려...재심 이겨도 행정부 다시 소송전"

지난 13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선고공판을 마친 후 황상만 형사(왼쪽)와 박준영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진범으로 지목돼 10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피해자에게 국가가 13억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사법부에서 무죄로 판단한 사안을, 행정부에서 이에 반해 소송 피고로서 대리하는 게 문제로서 지적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45부(이성호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피해자 최모씨 외 2명(어머니·동생)이 대한민국, 검사 김모씨, 경찰 이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대한민국이 최씨에게 13억979만8280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또 최씨 어머니에게 2억5000만원, 동생에게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피해자 최씨 재심 때부터 법률대리인을 맡았던 박준영 변호사는 해당 소송이 공무원 개인 책임을 인정한 부분 등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법무부 산하 정부법무공단에서 손해배상 소송 과정 피고로서 피해자에 반하는 주장을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박 변호사는 법원 판결 직후 "이 사건 형사재판에서 무죄 결론이 나왔을 때, 국가·검찰·경찰 모두 사과를 했다"며 "그러나 이번 소송에서 국가를 대리한 정부법무공단은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 세금으로 건립된 정부법무공단이 국가를 대리한다는 것 자체가 기가 막힌다"며 "어떻게 피해자에 반하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는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대응 과정에서 실망스러웠다고 밝혔다.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국가배상청구 소송에서 또 다시 국가와 법적 다툼을 해야만 하는 경우가 많다.

제주 4·3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가 무죄 판결 받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 29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제주 4·3관련 첫 국가배상 청구 소송 역시 정부법무공단이 국가를 대리해 피고로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과거사 재심 사건을 오랜 기간 맡았던 법무법인 정도 이명춘 변호사는 국가기관인 정부법무공단이 국가를 대리해 소송을 맞는 것에 논란이 오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구조적으로 국가기관이 국가를 대신해 소송을 독점적으로 진행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시장경쟁질서상으로도 논란이 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재심에서 무죄를 받고 손해배상 청구에서 국가기관이 대리하는 것에 관련해서는 "(양승태 대법원에서) 긴급조치 9호에 대해 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는 선례 등 법원이 다르게 판단하는 경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에서 재심에서 무죄를 받은 사건에 대한 손배를 인정하지 않은 사례가 있어, 국가기관이 대리를 맡을 때 피해자 주장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는 취지다.

다만 향후 법무부에서 기계적으로 법정 공방을 벌이지 않을 거라는 기대도 나온다. 지난 14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을 출근하며, 재심 관련 사법부 판단 취지를 살리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는 약촌오거리 사건 배상 판결을 언급하며 "법무부가 그동안 기계적 상소를 가능한 한 억제하는 쪽으로 제도를 만들고 운영해왔다"며 "그런 측면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일을 하게 되면 그 취지를 잘 살리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