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칼럼] 보수언론의 윤석열 띄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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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객원논설위원· 서울시립대학 초빙교수
입력 2021-01-1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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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위원]


전북대학교 강준만 교수는 98년 5월 <인물과 사상>에서 조선일보를 이렇게 평했다. “〈조선일보〉는 상업주의 관점에서 가장 선진적이다. 그런데 장사만 잘하면 문제가 없는데 그렇질 않으니 문제다.” 강 교수는 “<조선일보>가 직접 국가 경영을 해보겠다고 나선 게 문제다”면서 “대통령을 뽑는 데 영향을 미치는 ‘킹 메이커’ 역할은 기본이다. 그걸 딱 깨놓고 하면 모르겠는데 온갖 술수와 술책을 동원한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대선 보도는 ‘비이성적 행태’로 최소한 자존심마저 지키지 못했다. 언론이 ‘정권을 창출할 수 있다’는 오만과 독선을 갖거나 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자처한다면 더 이상 언론과 나라의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97년 대선을 코앞에 둔 12월 16일, 언론사 정치부 기자들이 채택한 ‘공정보도를 위한 우리의 뜻’이라는 결의문 일부다. 당시 방송 4사, 28개 지역 언론사 정당 출입 기자 103명이 서명했다.

기자들은 웬만해선 타사 보도 내용을 시비하지 않는 관행이 있다. 그런데 소속사를 넘어 한목소리를 내고, <중앙일보> 실명까지 거론했다. 그만큼 당시 중앙일보 보도는 ‘이회창 편들기’에 치우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와중에 국민신당은 그해 11월 29일 중앙일보 내부 문건을 폭로했다. ‘이회창 경선 전략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이다. 파문은 컸지만 <중앙일보>는 “정보 보고를 위해 기자가 작성한 것”으로 일축했다.

이후 23년여가 흘렀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바뀌었을까. 많은 이들은 여전히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최근 ‘킹 메이커’를 자처했던 이전 보도 행태를 떠올린다는 이들이 많다. 두 매체는 윤석열 검찰총장 보도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신변잡기부터 서민행보, 대망론까지 윤석열 띄우기가 이어지고 있다. 공교롭게 윤 총장은 여론조사 1위로 부상했다. 이 때문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대통령 만들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원내부대표는 “정도를 넘어선 ‘윤비어천가’”라고 비난했다. 도대체 어떤 보도이기에 여당 원내부대표가 보도 행태까지 문제를 삼을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보도는 ‘윤석열 대망론’에 편승했다는 오해를 받기에 충분하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12월 30일 ‘박찬호 뺨치는 수다 맨, 청소 여사님까지 챙겨’를 보도했다. 대검찰청 직원이 직장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요약한 기사다.

수사관과 청소하는 아주머니까지 챙기고 야구선수 박찬호처럼 말도 많은 정다운 총장이라는 내용이다. 이어 1월 1일 <‘국민’ 14번 언급한 윤석열 신년사>, 4일 <윤석열 현충원 방명록, 1년 전과 비교해 보니>를 연이어 보도했다. 검찰총장은 장관급으로 여러 부처 수장 중 한 명이다. 그런데 신년사를 분석하고, 1년 전 방명록과 비교했으니 민망했다. 아무리 뉴스 중심에 있다고는 하지만 지나쳤다는 게 중론이다.

5일자 ‘순댓국’ 보도는 한술 더 떴다. 윤 총장이 중앙지검 간부, 수행비서, 운전기사와 순댓국을 먹는 21초짜리 유튜브 영상을 전한 보도였다. 기사는 “기관장이 운전기사와 함께 밥을 먹는 경우는 흔하지 않은 일”이라고 묘사했다. 기사를 읽고 왕조시대나 북한 전체주의를 떠올렸다는 이들이 많았다. 게다가 영상은 2019년 9월 보수 유튜버가 윤 총장의 서민 흉내를 비난할 목적에서 올린 것이다. 그런데 1년 반이 지나 서민행보를 칭찬하는 영상으로 재가공 됐으니 어떤 의도인지 대략 가늠된다.

<중앙일보>는 한층 노골적이다. 12월 18일자는 2개월 정직을 받은 윤 총장이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윤 총장이 유기견 보호단체 회원이라고 알렸다. 압권은 1월 12일자 ‘윤가는 나서는 성격 아니다’는 기사다. 전면을 할애하고 논설위원까지 동원됐다. 내용은 윤석열 현상과 대망론, 권력 앞에 당당한 강직한 면모, 갑론을박하는 파평 윤씨 후손들 목소리를 담았다. 이를 위해 기자는 집성촌인 충남 논산까지 다녀왔다.

이밖에도 <중앙일보>는 ‘윤석열의 야성이 돌아왔다’, “‘이쯤 되면 대권 도전은 숙명’··· 빅3 뜬 윤석열에 檢 술렁인다”라며 ‘윤석열 대망론’에 팔을 걷은 모양새다. 정권에 불편한 수사를 강행해온 윤 총장에게 우호적 여론이 형성된 건 사실이다. 또 뉴스 메이커라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다하더라도 지나친 관심과 우상화는 문제가 많다. 객관성을 상실한, 과잉 보도는 윤 총장이나 검찰조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일 두 매체가 대통령 만들기를 작심했다면 공정보도 뒤에 숨지 말아야 한다.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강준만 교수 말처럼 “딱 깨놓고”하는 게 맞다. 덧붙여 국민들은 검찰총장이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는지, 1년 전 방명록과 어떤 내용이 달라졌는지 궁금해 할 만큼 한가롭지 않다. 국민을 너무 얕잡아 본 건 아닌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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