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CES = 돈낭비 = 4명 왔다감 = 온라인 컨퍼런스는 앞으로 없다.” (A 스타트업 대표 페이스북)
사상 첫 비대면 행사로 열린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 'CES 2021'이 폐막 후 참가 스타트업으로부터 혹평을 듣고 있다. 최고의 혁신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CES가 온라인으로 진행된다는 소식에 기대를 품었던 스타트업들이 많았지만, 행사가 끝나자 “내년에도 이런 식이면 참가하지 않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 부분은 관심도다. 올해 CES는 세계에서 한국기업이 두 번째로 많이 참가하고, CES 혁신상을 휩쓸었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정작 참가 기업들은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다는 불만이 크다. CES를 주관하는 전미소비자기술협회(CTA)는 개별 기업들의 영상 조회수를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실시간 채팅의 참가 인원이나 투자자‧바이어 접촉 빈도만으로도 저조한 관심을 체감할 수 있었다는 것이 스타트업들의 설명이다.
한 스타트업의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오프라인 행사는 입장만 해도 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산업계 인력이 많이 모이는데, 온라인에서는 사람이 확연히 없었다. 현장에서는 사람들이 오고 가면서 ‘이런 기술도 있었네’ 알게 되면서 홍보 효과가 있는데, 온라인 행사에서는 아는 분만 찾아 왔다”며 “오프라인 트래픽을 어떻게 온라인으로 가져올 것인가 하는 문제는 CES만의 숙제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이를 감안해도 CES가 잘했냐는 또 다른 문제였다. 오프라인 행사와 비교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였다”고 참가 소감을 전했다.
CES 2021에서 혁신상을 받은 다른 스타트업 대표도 “결과적으로 도움이 하나도 안 됐다”며 “조회수조차 카운팅이 안 돼서 (정확한 숫자를 알 수는 없지만) 사이트에 파리만 날렸다. 우리 회사는 혁신상을 받았음에도 관심을 못 받았는데, 일반 스타트업은 거의 조회수가 없을 거다"고 말했다. 이어 "비용은 50만원 밖에 안 들었지만, 미국 시간에 맞춰 행사를 준비하고 시간‧노력을 쏟은 것에 비해 (행사 참가) 효과가 없었다. 비대면 행사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느낌이다”고 낮은 점수를 줬다.
"페이스북 구글의 미국인데...CES 사이트 운영 형편없어"
전체적인 서버 운영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전면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행사에선 시스템 안정화가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사이트 접속이 지연되거나 튕기는 사례가 많았다. 홍보 자료를 한 번 올릴 때는 기본 20~30분씩 대기하거나 오류가 떠서 업로드가 안 되는 불편함도 겪었다.
올해 처음 CES에 참가한 스타트업 대표는 “첫 경험이라 오프라인 행사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운영이 매끄럽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자료를 언제까지 올리라고 해서 업로드 했더니 정작 페이지에는 반영이 안 돼 있고, 실시간 소통도 원활하지 않았다. 에러가 나도 주최 측에서 보상해 주는 것은 아니니까 계속 불안해하면서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년 CES가 또 다시 비대면 행사로 진행되면 불참을 검토하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전자상거래 스타트업 대표는 “올해 행사는 온라인 전시회라기보다는 디지털화된 콘텐츠를 나열하는 수준이라는 느낌이었다. 콘텐츠를 SNS로 공유할 수도 없고, 바이어‧투자자에 메시지 하나 보내려고 해도 너무 느렸다. ‘구닥다리’ 홈페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페이스북‧구글의 나라 미국에서 업데이트 한 번에 20~30분 걸리는 사이트가 나온 건데,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올해는 원성을 많이 들었으니 내년에는 나아지지 않을까 싶지만, 똑같은 플랫폼이라면 다시 참가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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