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당시 MC사업본부장이던 권봉석 LG전자 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소회다. 한때 '초콜릿폰'과 '프라다폰' 등으로 피처폰 시대를 호령하던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채 결국 모바일 사업을 접을 위기에 처했다.
20일 LG전자는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며 모바일 사업 정리 방안이 실제 논의되고 있음을 공식화했다.
LG전자가 모바일 사업 구조조정을 공식화한 것은 계속된 적자가 주 원인이 됐다. 스마트폰 사업 담당 LG전자 MC사업부는 5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4분기(잠정)까지 23분기 연속 적자다. 누적 손실액만 5조원 규모다.
작년 하반기 새로운 혁신전략 ‘익스플로러 프로젝트’로 출시한 스위블폰 ‘LG 윙’도 아픈 손가락이다. 2019년 MC사업본부장에 오른 이연모 부사장의 야심작이었지만 실제 판매량은 초라했다. 화면 2개를 돌리는 방식의 새로운 폼팩터(기기 형태)에 혁신이란 반응이 주를 이뤘지만, 국내 누적판매량은 10만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악화가 이어지자 MC사업본부의 인력 조정이 속속 이뤄지기 시작했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연구개발(R&D)에 특히 큰 비용이 투입되는 R&D 부문은 축소하는 대신 제조자개발생산(ODM·Original Design Manufacturing) 확대에 집중해 체질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롤러블폰과 같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자체 개발 생산하되, 중저가 라인은 ODM을 더욱 확대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칠 것이란 분석이다.
ODM은 제품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두 하도급을 맡아 주문자의 검증을 거친 후 브랜드만 붙여 판매하는 방식이다. ODM 업체는 OEM 업체와 달리 설계와 제조에 있어서 고유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 연구·개발과 기술 축적도 가능하다. LG전자로서는 기술력은 확보하면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마케팅 비용 부담을 줄이는 이점이 크다.
이미 작년 12월 정기 인사에서 LG전자의 ODM 주력 분위기는 감지됐다. MC사업본부 내 ODM 조직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BTD(보급형디바이스)사업실을 ‘ODM 사업 담당’으로 격상하는 내용의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대신 기존 스마트폰 선행 연구와 마케팅 담당 조직은 연구소 내 조직으로 이관됐다. 스마트폰 생산을 담당했던 조직들도 통합되거나 다른 조직으로 이관되는 수순을 밟았다. 아울러 영업 조직도 슬림화했다. MC해외영업그룹에 속했던 'MC선행영업담당'도 다른 부서와 통합되며 조직 규모를 줄였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LG전자의 ODM 비중은 전체 물량의 70%까지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LG전자가 당장 스마트폰 사업을 접기보다는 사업부 축소 등 체질 개선과 함께 실적 개선에 도움이 큰 ODM 사업을 확대하며 시장 추이를 볼 것이란 판단이다.
최근 CES 2021을 통해 디스플레이가 말리는 롤러블 스마트폰 ‘LG 롤러블’ 출시도 예고한 만큼, 브랜드 이미지 제고도 포기할 수 없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영업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ODM을 확대하는 동시에 기술 혁신도 당장은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며 “올 상반기 롤러블폰 출시가 LG전자 모바일 사업의 존폐를 가를 최대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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