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는 21일 ‘2021 정부 업무보고’에서 상생과 평화의 한반도 생명·안전공동체 발전을 위한 남북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방역안전 협력’을 시작으로 남북 주민 모두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나가겠다고 했다.
문제는 북한이 지난 12일에 끝낸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방역협력, 인도주의적 협력, 개별관광 등을 ‘비본질적 문제’로 간주하며 정부의 협력 제안을 일방적으로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정부가 북한이 ‘비본질적 문제’로 분류하고 관심을 두지 않는 협력방안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쓴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과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한반도전략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북한의 근원적 문제 선해결 주장에 대한 유감(遺憾)’이란 제하의 글을 통해 “남북 관계를 풀 수 있는 해법을 단순 구조화시켜서는 안 된다”며 “적대적 공존이 아닌 평화적 공존을 모색해야 할 시대”라고 주장했다.
김 원장과 이 수석연구위원은 “남북 상호작용을 연결하는 통로에는 하나의 트랙이 아니라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트랙이 있어야 한다”면서 “비핵화, 안전보장 문제가 하나의 트랙이라면, 인도주의 접근, 가능한 범위 내의 남북협력 등 북한식으로 소위 ‘비본질적’ 의제가 또 다른 트랙 위에 놓여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개의 트랙은 필연적으로 상호작용하게 되어 있다. 의제의 진행속도와 범위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비본질적’ 의제들이 성과를 낸다면 ‘본질적’ 사안의 해결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과거 유럽이 오랜 전쟁 후 산적한 갈등을 경제적 이익의 교환, 신뢰의 구축을 통해 해소했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유럽의 경험이 한반도에 꼭 같이 적용된다는 법은 없지만, 되새겨야 할 교훈은 있다”면서 “남북 간 문제와 해법을 단순 구조화시켜 강요할 것이 아니라, 두 개의 트랙 사이에 놓인 순기능적 상호작용을, 그리고 점진주의 해법의 지혜를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핵화 등 어려운 문제를 먼저 해결하려 하지 말고, 비교적 가볍고 쉬운 문제부터 평화공존의 환경 속에서 단계적 해법의 절차를 밟아가며 성취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겠다는 정부의 입장도 같은 맥락인 듯하다.
통일부는 보건·방역 등 남북 인도적 협력은 남북 주민 모두를 위한 협력 과제라는 점을 재차 강조, 북한의 ‘비본질적 문제’라는 지적에 선을 그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세계적인 보건 위기 상황에서 보건·방역 협력은 남북 주민의 일상을 회복하고, 민생·경제를 도약시켜서 상생·평화의 토대가 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남북이 국민들의 생존과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에서 협력하고, 이를 통해 생명·안전공동체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면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에서부터 남북 협력의 물꼬를 트고, 가축전염병, 자연재해 공동 대응으로 확장해 나간다면, 남과 북이 협력을 통해 이룰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당국자는 특히 북한이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병원, 제약 및 의료기구 생산시설 개선, 보건인력 강화, 튼튼한 방역기반 구축, 치산치수, 자연보호, 기후변화 대응 등을 강조했다면서 민간단체, 지방자치단체, 국제기구 등 다양한 파트너와 협력해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협력방식을 유연하게 찾아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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