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남긴 유산] ①트럼피즘 등에 업고 재기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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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21-01-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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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맏딸 정계 진출로 영향력 유지 계획...창당 가능성도 '솔솔'

  • 공화당 돌아서면 트럼피즘도 무너진다...탄핵 현실화하나

트럼프 시대가 저물었다. 그러나 미국의 정치세력으로 자리 잡은 트럼피즘(Trumpism·트럼프주의)은 소멸하지 않고 남았다. 트럼프의 유산처럼 남은 트럼피즘이 언제든지 재개를 꿈꾸는 트럼프를 도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은 트럼프의 퇴장이 트럼피즘의 소멸은 아니라고 꼬집었다. 트럼프는 떠났지만, 그를 지지한 세력이 여전히 미국 사회에 철옹성처럼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7422만표(47%)를 득표하며 역대 패자 가운데 최다 득표를 했다.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면서 권위가 추락했지만, 여전히 다수가 그를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간과할 수 없다. 또 2016년 대선 때 얻은 6300만표보다도 1000만표 넘게 더 받으며 그의 지지세력이 견고하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측근들도 여전히 단단하게 그를 지키고 있다. 지난주 트럼프의 파면을 요구하는 탄핵소추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지며 반기를 든 공화당 하원의원도 10명에 불과하다. 트럼프의 발언이 지지자들의 의회 폭동에 시발점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공화당은 트럼프당이라는 것을 재확인한 것. 일명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첫 번째 탄핵을 당했을 때도 공화당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고 '이탈표 제로'를 기록했다. 당시 트럼프를 지키기 위해 똘똘 뭉친 공화당을 놓고 '트럼프당'이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사진=AFP·연합뉴스]

 
맏딸 정계 진출로 영향력 유지 계획...창당 가능성도 '솔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철옹성 같은 트럼피즘을 등에 업고 재기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선에서 승리한 플로리다주를 재기의 발판으로 삼을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내다봤다. 이곳에서 트럼프는 51.2%의 득표율을 얻으면서 바이든(47.9%)을 따돌렸다.

트럼프는 지지 세력이 특히 많은 플로리다에 가족과 모여 살며 '트럼프 왕국'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을 떠난 그는 계속해서 공화당 내 영향력을 유지하면서 추후 가족의 정계 진출을 지원할 것으로 측근들은 예측했다. 일각에서는 그의 장녀 이방카의 2022년 플로리다주 상원의원 출마설도 솔솔 흘러나온다. WP는 "플로리다에선 트럼프가 지지자들로 둘러싸일 것"이라며 "지난 6일 의회 폭동 이후 그는 워싱턴DC와 뉴욕에서는 버림받았지만, 플로리다에서는 회복을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신당 창당 가능성도 나왔다. 퇴임을 앞둔 트럼프가 지난주 측근들과 여러 차례 만나 창당 문제를 논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새 정당의 이름을 '애국당(Patriot Party)'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WSJ은 퇴임 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공화당 돌아서면 트럼피즘도 무너진다...탄핵 현실화하나
복병도 있다. 신당 창당설이 현실화할 경우 공화당은 직격탄을 받게 된다. 비교적 견고한 공화당 내 상당수 지지자가 트럼프가 만든 신당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경우 공화당도 트럼프의 재기를 막기 위해 상원 표결에서 탄핵에 표를 던질 수 있어 상황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 그간 트럼프를 굳건하게 받쳐온 트럼피즘에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신당 창당설이 돈 이후 공화당 내에서는 트럼프를 탄핵시킨 뒤, 민주당에서 준비하는 2024년 대선 출마 금지 법안에 동참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미국에서는 탄핵당했다고 해서 피선거권까지 박탈당하는 게 아니어서 트럼프가 다음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질 수 있다. 그러나 탄핵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미국의 명예와 신뢰, 이익과 관련한 어떤 직책도 맡지 못하도록 한 헌법 조항을 적용해 추가 표결할 수 있다.

더욱이 트럼프 측근들도 하나둘씩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 트럼프의 '친정' 공화당의 일인자인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그의 퇴임 하루 전날 의사당 폭동 사건의 책임을 트럼프라고 주장했다. 그는 "폭도들에게 거짓말이 주입됐다. 그들은 대통령과 다른 힘 있는 사람들에게 도발 당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그들이 좋아하지 않는 입법부의 특정 절차를 중단시키려고 폭력과 공포를 동원하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6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회에 난입한 사태를 겨냥해 그 책임이 트럼프에게 있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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