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일산 부동산 시장에 뚜렷한 '역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김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데 이어 12월에는 파주까지 묶이면서 부동산 자금이 고양으로 쏠리는 모습이다. 같은 규제조건이라면 정주조건이 양호한 곳으로 실수요자들이 향하는 것이다.
2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고양시 덕양구 도내동 원흥지구에 위치한 '원흥동일스위트' 전용면적 84㎡가 지난 5일 11억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직전 거래가는 지난달 18일 9억원으로 17일 만에 2억원이 올랐다.
전용 84㎡ 기준으로 킨텍스 일대 새 아파트를 제외하고 고양시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덕양구 일대는 GTX-A노선 창릉역 신설 기대감으로 가격이 급등하는 모습이다.
고양 지역 수요가 늘어나면서 지난해 12월에는 악성 미분양 물량으로 꼽힌 탄현동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물량도 모두 소진됐다. 2009년 분양을 시작한 지 11년 만이다.
고양 지역 집값이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선 지난해 중순에는 일산서구 킨텍스 인근의 신축아파트가 상승장을 주도했다면, 최근에는 일산 구도심 아파트와 3기 신도시가 들어서는 창릉지구 인근으로 불길이 번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1월 셋째주 고양시의 주택 매매 가격은 0.9% 상승해 전주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 덕양구(1.10%), 일산서구(0.81%) 등 교통 및 주거환경 개선 기대감이 있는 지역 위주로 상승세를 보였다.
2017년부터 약보합세를 나타냈던 고양 지역 집값은 1월 첫째주 1.1%, 둘째주 0.88% 오르는 등 올 들어서만 2.96% 오르며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인근 지역인 김포와 파주가 연이어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일산 쪽으로 회귀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난이 심화돼 서울과 인접한 고양시 아파트를 매입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지 한 달이 지난 파주는 부동산 시장이 차갑게 식고 있다.
파주의 월별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10월 1011건, 11월 1493건에 달했지만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12월 18일부터 한 달 동안은 369건에 그쳤다. 부동산 거래 신고 기한이 남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거래량이 11월의 절반 수준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가도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운정신도시 3대장 아파트 중 하나인 '운정신도시 센트럴 푸르지오' 전용 85㎡는 지난 13일 7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비규제지역이었던 한 달 전만 하더라도 최고 8억8500만원에 거래된 단지다.
리얼투데이 장재현 본부장은 "봄 이사철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파주의 거래량 감소는 조정대상지역 지정의 영향이 크다"며 "뚜렷한 교통호재가 있지 않는 한 투기세력은 파주보다 정주여건이 양호한 고양으로 계속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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