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말 임기가 끝나는 권광석 우리은행장의 연임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권 행장은 'CIR(영업이익경비율) 개선'을 올해 제1 경영과제로 부여받았다. '조직 안정'이 지난해 취임 후 받은 첫번째 과제였다면, '권광석 2기' 체제를 앞두고 비용 절감 드라이브를 통한 실적 개선이 주요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그룹 임추위)' 가동 계획을 아직 잡지 않았다. 지난해 권 행장 내정 당시에는 1월 초부터 그룹 임추위를 가동해 수차례 회의를 연 후 2월 초 결정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설 이후에야 그룹 임추위를 개최할 전망이다. 회의는 열어야 하는 최소 횟수(2회)만큼만 할 것으로 보인다.
조직 내부에서는 권 행장 연임을 예상하는 시각이 많다. 지난해 주어진 '조직 안정' 과제를 무난히 해결했다는 평가에서다. 우리금융 고위 관계자는 "이번에는 '드라마'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3월 24일 취임한 권 행장은 총 3년 임기 가운데 1년을 우선 보장받으며,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흔들린 조직을 안정화하라는 과제를 받았다.
이런 가운데 '2기 체제'를 앞둔 권 행장에게 올해 주어진 가장 큰 경영과제는 '비용 절감'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 핵심 관계자는 "올해 지주 전체의 과제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면, 은행은 '비용 컨트롤'"이라면서 "CIR을 경쟁 은행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전했다.
CIR은 영업이익에서 인건비를 포함한 관리비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경영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우리은행 CIR(이하 연결기준)은 53.7%로 5대 은행 가운데 가장 높다. 하나은행이 43.7%로 가장 낮고 KB국민은행(48.6%), 신한은행(44.2%)도 40%대다. 주요 은행들은 CIR을 30%대로 낮추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CIR을 낮추려면 영업이익을 늘리거나 관리비를 줄여야 한다. 하지만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탓에 영업이익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우리은행의 영업순익은 4조51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1950억원) 감소했다.
결국 '허리띠 졸라매기'로 관리비 감축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영업이익을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CIR을 5% 포인트 낮추려면 2260억원의 관리비를 줄여야 한다. 10% 포인트를 인하하려면 4520억원을 아껴야 한다.
우리은행이 영업점 체계를 'VG(Value Group) 제도'로 개편하고, 정기예금 금리를 인하하는 등 연초부터 비용절감 드라이브에 나선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으로 분석된다. VG제도는 거점점포 한 곳과 인근 영업점 4~8개를 하나의 그룹으로 묶는 시스템인데, 핵심은 '지점 효율화'다.
한편 우리은행의 지난해 9월 말 누적 기준 관리비(2조4270억원) 가운데 임직원 급여비용(1조422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58.6%다. 국민(63.7%), 신한(63.6%), 하나(58.5%) 등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인건비 절대규모는 하나은행(1조2220억원)보다 높고, 신한은행(1조437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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