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도피 21년 만에 붙잡혀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한보그룹 정태수 전 회장 4남 정한근씨(55)가 항소심에서도 같은 형을 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이균용·이승철·이병희 부장판사)는 22일 오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재산 국외 도피) 등 혐의로 기소된 정씨에게 1심과 동일한 징역 7년과 추징금 401억3000여만원을 선고했다.
정씨는 1997년 한보그룹 자회사인 동아시아가스(EAGC)가 보유한 러시아 석유회사 주식 900만주를 5790만 달러(약 628억원)에 매각하고도 2520만 달러(약 273억원)에 넘긴 것처럼 꾸며 320억여원 상당을 횡령한 뒤 해외에 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1998년 검찰 조사를 받던 중 해외로 도피했다. 검찰은 에콰도르·미국 등과 공조해 21년 만인 지난해 6월 정씨 신병을 확보했다.
1심은 지난해 4월 "경영권 유지라는 사익을 위해 수백억에 달하는 재산을 해외로 빼돌렸고, 피해가 회복됐다고 볼 여지도 없다"며 정씨에게 징역 7년과 추징금 401억3000여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자금 세탁을 주도적으로 했고 사건 중대성에 비춰볼 때 1심 판결은 가볍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정씨 측도 재산 국외 도피죄·추징금·양형이 부당하다며 항소장을 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1심과 같이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상황에서 정씨가 한보그룹 채권자를 해하려고 범행을 저질렀다"며 "이 돈을 해외 도피 자금으로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는 1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검찰과 정씨 측 항소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은 "피고인이 재산 국외 도피죄는 국내에 반입한 시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횡령한 뒤 가져온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심이 내린 징역 7년과 추징금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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