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북핵을 국제평화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미국과 동맹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채택할 것이라고 22일(현지시간) 밝혀 눈길을 끈다.
‘새로운 전략’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처음으로 대북정책에 대한 관점을 내놓은 것으로 주목을 받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북한과 관련 대일(對日) 전략에 대한 질의에 “북한의 핵 탄도미사일과 다른 확산 관련 활동은 의심할 여지 없이 국제평화와 세계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라는 게 대통령의 관점”이라고 말했다.
사키 대변인은 북핵에 대해 “국제적인 비확산 체제를 약화한다”고 평가하며 “우리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북한을 억지하는 데 여전히 적극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국민과 우리 동맹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채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북한과 관계된 여러 나라의 정책을 철두철미하게 검토해 그 접근법을 시작할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 그리고 다른 동맹국과 (북한 상태) 향후 외교적 가능성과 현재 진행 중인 압박에 관해 긴밀한 협의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앞으로 나아갈 길을 결정하고 억지에 힘을 합하도록 이 지역(인도·태평양)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톱다운(Top down·하향식)’ 협상 방식을 버리고 실무협상부터 단계적인 절차를 밟아가는 ‘보텀업(Bottom up·상향식)’ 방식을 채택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동시에 북한과 일대일 회담보다는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이 포함된 4자, 6자 등 다자회담으로 북핵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국무부 장관과 부장관 그리고 북한, 한반도 등 동북아 외교 최고수장 자리에 대북 전문가를 내정한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문제를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은 한국으로선 긍정적인 요소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19 등 국내 현안과 이란 핵 문제에 우선 집중해 북한 문제가 뒷순위로 밀릴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도·태평양 파트너’ 즉 동맹과의 협력으로 북핵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밝힌 것은 한국 정부에 부담 요소가 될 것이란 분석도 존재한다.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동맹국 간의 협력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한·일 관계에 관여, 개선 촉구를 압박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바이든 시대에도 미·중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에서 한국이 또다시 미국과 중국 두 국가 중 한 곳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22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통일연구원, 국립외교원 등 통일·외교·안보 국책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미국은 중국의 위협을 과장하고 중국은 미국의 공세를 과장하면서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며 “바이든 정부가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추진하면 한국은 미·중 사이 선택해야 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이날 북한의 핵 개발 담당 부서 관료를 대북제재 명단에 새로 올렸다.
국무부는 이날 연방 관보를 통해 이란·북한·시이라 비확산법(INKSNA)에 따라 중국에 있는 북한 군수공업부 관료인 림룡남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제재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인하던 지난 13일에 이뤄진 것으로, 향후 2년간 유효하다.
북한 노농당 전문부서인 군수공업부는 핵 개발 등을 포함한 군수 분야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북한 국적으로 추정되는 개인이 비확산법에 따라 제재 대상에 오른 것은 2016년 중국에 소재한 남흥무역의 사장 강문길 이후 처음이다.
당시 남흥무역은 1990년대 말 이후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필요한 알루미늄튜브와 장비를 구매하는 데 관여했다며 제재 대상 명단에 추가했다. 또 강문길에 대해선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군수품을 조달하는 업무에 앞장서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흥무역과 강문길을 비확산법에 따른 제재 대상으로 지정되기 전에 다른 대북제재법에 근거해 특별 제재대상에 이름을 올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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