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중단하고 MC사업부를 매각할 가능성을 내비침에 따라, LG전자의 영향력이 큰 한국과 미국 단말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단말기 시장이 삼성전자와 애플의 2파전으로 압축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4일 단말기 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중단할 경우 국내 단말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75%)와 애플(24%)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해 LG전자의 국내 단말기 시장 점유율이 13%라고 밝혔다. 과거 30%에 달하는 점유율을 차지했으나 지속해서 점유율이 떨어져 2019년 애플에 2위 자리를 내줬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중단할 경우 대부분의 LG 스마트폰 이용자는 삼성전자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이용자들이 애플이 제공하지 않는 40만원대 이하 중저가 제품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폰에 익숙한 이용자가 많은 만큼 아이폰 대신 갤럭시를 택할 것이란 추측도 가능하다.
이 경우 삼성전자의 국내 점유율은 현재 65%에서 10% 늘어난 75%, 애플은 21%에서 3% 늘어난 24%의 점유율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의 중저가 단말기 판매량이 늘어날 것이란 예측도 있지만, 브랜드 인지도나 A/S 등을 고려하면 가능성은 낮다.
시장이 삼성전자와 애플 중심으로 재편되면, 고가 단말기 쏠림 현상이 더 심화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LG전자의 중저가 5G 단말기 'Q92'는 40만원대에 출시돼 국내외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앞으로는 이러한 40만원대 이하 중저가 5G 단말기의 출시 빈도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40만원대 이하 중저가 단말기를 출시하지 않는다.
미국 단말기 시장 점유율 변화도 관심사다. LG전자는 미국 시장에서도 작년 3분기 기준 삼성전자(33.7%), 애플(30.2%)에 이어 점유율 14.7%로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9년 11.9%였던 점유율도 2020년 13%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정부의 강력한 제재로 중국 제조사가 발붙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중단하면 미국 시장에서 5:5로 팽팽하던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의 대결 구도가 급격히 아이폰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만들고 생태계를 유지하는 구글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일인 만큼 업계에선 어떤 형태로든 점유율 유지를 위한 구글의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에선 LG전자가 MC사업부 전체를 매각하는 것보다는 R&D(연구개발)와 소프트웨어 인력은 그대로 두고 하드웨어 설계·생산 설비만 분할 매각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을 완전히 중단하기보다는 ODM(주문자 개발생산) 중심으로 개편해 언제든지 시장에 복귀할 수 있는 토대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인수할 가능성이 있는 회사로는 구글, 페이스북, 빈그룹, 폭스바겐 등이 꼽힌다. 구글은 자체 스마트폰 브랜드 '픽셀'을 출시하고 있지만 시장 점유율은 미미하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인수해 북미 점유율을 이어받는 형태로 자체 스마트폰 사업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페이스북은 자회사 오큘러스의 VR·AR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LG전자 스마트폰 설계·생산 설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트남 빈그룹은 LG전자 베트남 공장을 확보해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 영향력을 키우려는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LG전자의 발표로 인해 올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던 이형(異形) 스마트폰 시장의 앞날도 불투명하게 변했다. 이형 스마트폰이란 일반적인 형태의 스마트폰과 달리 화면이 접히는 폴더블폰 또는 화면이 펼쳐지는 롤러블폰을 말한다. LG전자는 지난 11일 열린 'CES 2021'에서 세계 최초 롤러블폰 'LG 롤러블'의 영상을 공개하며 이형 스마트폰 시장 주도권을 두고 삼성전자 갤럭시Z 시리즈와 경쟁할 것을 예고했지만, 사업 철수로 인해 제품 출시 가능성조차 희박해졌다. 당초 LG전자는 별도의 공개 행사를 열고 LG 롤러블을 올해 3~6월 사이에 출시할 것으로 점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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