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과의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서 다시 앞서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5년에 걸친 대규모의 투자를 진행한다.
25일 AI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원이 2021년도 국방수권법안을 최종 통과시켰다. 국방수권법은 국방 예산을 포함해 미국의 국방·안보 정책을 포괄하는 대표적인 법안이다. 원래 2021년 법안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으나, 작년 12월 하원 재적의원의 3분의 2, 1월 초 상원 재적의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아 통과됐다. 이에 올해 미국 국방 예산은 전년 대비 25억 달러 증가한 7405억 달러로 확정됐다.
특히 올해 미국 국방 예산에는 △인공지능(AI) 연구·개발 투자 강화 △AI 연구자에 컴퓨팅 인프라 지원 △AI 컨트롤타워를 통한 기관 간 협업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먼저 미국 정부는 향후 5년에 걸쳐 약 6조원 이상의 AI 연구·개발 자금을 다수의 기관에 제공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국립과학재단(NSF)에 5조원, AI용 슈퍼컴퓨터를 운영하는 에너지부(DOE)에 1조원, AI 편향성 테스트와 표준화를 맡은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에 4000억원을 지원한다.
컴퓨팅 인프라 지원의 경우 AI 연구가 고도화됨에 따라 수요가 급증하는 컴퓨팅 인프라를 AI 연구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 형태로 제공할 계획이다. 이에 아마존웹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오라클 등 미국 클라우드 업체가 관련 사업을 수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롭 포트만 미국 상원 의원(공화당)은 "컴퓨팅 자원을 민주화해 재능을 가진 미국인 누구나 좋은 AI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하며, 향후 대량의 컴퓨팅 자원을 갖춘 클라우드 업체를 규제할 것임을 시사했다. 실제로 존 에체멘디 스탠퍼드 AI 연구소 공동책임자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등이 AI 연구를 주도하는 이유는 컴퓨팅 인프라를 독점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한 국방수권법안에는 미국 정부의 AI 컨트롤타워를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지난 2019년 AI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을 발표한 백악관 조직(NAAI Office)에서 다수 부처의 AI 중복 투자를 막고 부처 간 협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데라 라이온스 전 백악관 과학기술정책국 고문은 "여러 구기종목 선수가 같은 공을 쫓는 것 같은 혼란한 모습을 보였던 미국 정부의 기존 AI 정책이 이번 AI 컨트롤타워 제정으로 잘 정리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방성에서 AI 개발과 활용을 지원한 전문가 조직 '합동AI센터(Joint AI Center)'는 정보화 담당 부서에서 차관 직속 부서로 중요도가 올라갔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회장(현 국가안보위원회 AI분과장)은 "이번 조치로 국방성 일부부서에 국한된 AI 기술 개발과 도입이 국방성 전체로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민간의 신기술 투자 여력이 약화되고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국가 간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신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맥킨지의 2020년 글로벌 AI 실태조사에 따르면 작년 AI 도입기업의 비중은 2019년과 동일한 50% 수준에 불과하다. 민간에서 AI를 손쉽게 도입할 수 있게 정부가 AI 인재를 적시에 공급하고, 이용에 큰 비용이 필요한 컴퓨팅 인프라와 데이터를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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