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봄날 되찾기] ①나이차만 ‘42살’ 바이든-김정은 만남 이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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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1-01-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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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美 정부, 대북 '새로운 전략' 채택 예고

  • 美 북핵 문제, '톱다운' 아닌 단계적 접근 시사

  • 북·미 국내에 집중…대화 교착국면 여전할 듯

  • 美 대북정책 수립에도 정상회담 기대 힘들어

  • 임기 말 文정부 '평화 프로세스' 진전에 매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AFP·연합뉴스(왼쪽),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 외교정책 초점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에 맞춘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북한 문제의 접근법을 전면 재검토하고 새로운 전략 채택을 예고했다.

기존의 ‘톱다운(Top down·하향식)’ 방식 대신 실무협상부터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보텀업(Bottom up·상향식)’ 방식으로 북핵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의미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추진했던 ‘북·미 정상 간 깜짝 만남’은 없을 거란 뜻이기도 하다. 

반면 집권 5년 차로 임기 1년 3개월 정도를 남겨둔 문재인 대통령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이뤄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을 위해 문재인 정부의 최장수 장관이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교체했다.

정 외교부 장관 내정자는 문재인 정부 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가동의 주역으로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만남을 성사 시켜 2018년에 맞이했던 ‘한반도 봄날’을 재연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하지만 25일 외교가 안팎에서는 문재인 정부 임기 내 바이든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만남 성사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 막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흔적 지우기 이른바 ‘ABT(Anyting But Trump)’ 정책을 펼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국내 현안 해결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 백악관이 북핵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미국 안보와 연결된 핵과 관련해선 북한보다는 이란과의 협상이 우선순위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이유에서다.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원장은 지난 22일 통일외교안보 분야 국책연구기관이 참여한 공동학술대회에서 “미국 안보와 관련된 핵 문제는 북한보다 이란에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며 향후 6개월이 남·북·미 관계의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북·미 관계가 올해 상반기까지 정상회담은 물론 실무회담도 이뤄지지 않는 교착국면이 계속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북한 역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수립되기 전까지 대미(對美) 메시지 발신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미국의 움직임을 살필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도 상반기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이 작게 점쳐지는 이유 중 하나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북한과 미국 모두 초기 도발로 인해 협상의 문이 닫히는 걸 원치 않는다”면서 “북·미가 적어도 6개월간 ‘눈치게임’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제8차 당 대회 준비를 맡은 출판·인쇄부문 근로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고 조선중앙TV가 19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들을 이례적으로 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로 불러 당 대회 준비에 애써준 공로를 치하했다.[사진=조선중앙TV 화면 캡처]


다만 일각에서 북한이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재차 촉구함에 따라 미국의 대북정책이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구체화할 거란 주장도 있다. 북한이 3월 한·미연합훈련을 빌미로 무력도발에 나서는 것을 막고자 예상보다 더 신속하게 북한 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정책이 수립된다고 해도 문재인 정부가 기대하는 북·미 정상회담까지 가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공식 출범 전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에도 비핵화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보텀업’ 방식으로 북핵 협상에 나서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기간 김 위원장과 만남 조건을 ‘핵 능력 축소 동의’로 내세운 것도 북·미 정상 간 만남 성사가 어려울 거란 관측에 힘을 싣는다. 북한은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비핵화’ 대신 ‘핵’이란 표현을 36차례나 하며 핵 역량 강화 의지를 재확인하며, 북미 대화 재개 조건으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다시 내밀었다.

정부는 앞서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 북·미 또는 남·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해 ‘제2의 평창평화올림픽’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 일본의 코로나19 상황 악화로 올림픽 개최 여부가 여전히 불확실해 이 역시 실현 가능성이 적은 상황이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취임 당시 만 78세(1942년 11월 20일생, 한국 나이 기준 80세)로 역대 최고령 미국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만약 바이든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이 이뤄지면 나이 차이만 42살이 나는 북·미 정상 간의 회담이 성사되는 셈이다. 김 위원장은 1984년 1월 8일생으로 올해 38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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