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인 2012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퀄리파잉(Q)스쿨을 최연소(17세 5개월)로 통과한 고교생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바로 김시우(26). 그가 Q스쿨을 통과한 골프장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투어 통산 세 번째 트로피다.
2020~2021시즌 PGA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총상금 670만 달러·74억15만원) 마지막 날 최종 4라운드가 2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에 위치한 PGA 웨스트 스타디움 코스(파72·7147야드)에서 열렸다.
최종 4라운드 결과 김시우가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낚아 8언더파 64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23언더파 265타로 우승했다. 11타를 몰아친 패트릭 캔틀레이(미국·22언더파 266타)조차 김시우를 막을 방도가 없었다. 우승 상금은 120만6000달러(13억3263만원).
경기는 긴장감이 넘쳤다. 출전한 156명 중 세계남자골프랭킹(OWGR)이 가장 높은 캔틀레이(10위)가 뒷심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끝없이 버디를 낚았다.
김시우도 경기 중에 리더보드를 봤다고 했다. 의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있었다. Q스쿨을 통과했던 곳이자, 지난 두 번의 라운드에서 보기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승리의 여신'이 나의 편이라는 것을 알았다.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김시우는 "나의 경기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아웃코스로 출발한 김시우는 두 홀 연속 버디를 거푸 잡아냈다. 시작은 4번홀(파3)과 5번홀(파5)에서다. 7번홀(파4)과 8번홀(파5) 버디 두 개를 추가했다.
4타를 줄인 채 인코스로 접어들었다. 10번홀(파4)과 11번홀(파5) 또다시 두 홀 연속 버디를 기록했다. 캔틀레이는 살벌하게 보기 없이 버디만 11개를 낚으며 선두로 나섰다.
그러던 16번홀(파5) '승리의 여신'이 김시우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버디로 공동 선두에 올랐다. 그다음 홀에는 이날의 공식이 그대로 들어맞았다. 17번홀(파3) 5.4m 거리의 퍼트가 남았다. 비슷한 선상에 있는 동반자의 퍼트를 유심히 지켜봤다. 그리고는 자신감 있게 공을 굴렸다. 공이 홀 속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공이 빨려 들어갔다. 캔틀레이를 누르고 선두로 올라서는 순간. 그는 포효했다.
김시우는 18번홀(파4) 플레이를 기다리면서 퍼터 페이스에 공을 튀기는 여유를 보였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날린 공은 곧게 '쭉' 뻗었다. 안전한 파와 함께 우승을 확정 지었다. 이 코스에서 플레이한 사흘 동안 보기는 단 한 개도 기록하지 않았다.
2012년 이 골프장에서 최연소로 PGA투어 Q스쿨을 통과한 김시우는 2016년 윈덤 챔피언십과 2017년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3년 8개월 만에 세 번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 골프장은 지난해 유신일 한국산업양행 회장(69)이 인수한 곳이기도 하다.
이로써 한국 선수들은 PGA투어에서 18승을 합작했다. 이 중 최다승은 최경주(51)가 보유한 8승이다. 세 번째 우승을 거둔 김시우는 최경주의 뒤를 이어 두 번째 다승자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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