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실적 올려도 웃지 못하는 IT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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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1-01-25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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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이버 카카오, 매출 각각 5조·4조원 첫 돌파 예상

  • 넥슨 게임업계 최초 연매출 3조원 전망... 엔씨도 '2조 클럽'

  • 여당 추진 이익공유제 대상될까... '코로나19 수혜 기업' 이미지 우려

네이버와 카카오, 넥슨, 엔씨소프트 등 국내 주요 IT기업들이 지난 한 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마음 놓고 기쁨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생존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코로나19의 수혜를 입은 기업으로 인식되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특히 여당을 중심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으로 이익공유제까지 거론되고 있어 업계는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5일 IT업계와 증권가 전망에 따르면, 이번 주부터 다음달 중순까지 2020년 실적을 발표하는 네이버와 카카오,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는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는 처음으로 연매출 5조원(라인 매출 제외 시), 카카오는 4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넥슨은 신작 모바일게임 성과에 힘입어 연매출 3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게임업계에서 연매출 3조원을 넘어선 기업이 나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엔씨소프트 또한 모바일게임 리니지2M, 리니지M의 장기 흥행으로 넷마블과 함께 연매출 ‘2조 클럽’에 처음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들은 ‘실적 대박’의 기쁨을 만끽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익공유제를 도입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익공유제는 코로나19에도 성장한 기업의 초과 수익을 기부받아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취약계층 등을 위해 쓰는 양극화 해소 정책을 말한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상생협력기금, 사회연대기금을 설치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카카오 작년 매출 추이. [그래픽=김효곤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2일 온라인으로 열린 '플랫폼 기업 상생협력을 위한 간담회'에서 펀드 참여 시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은 “인터넷 기업들이 지난해 적자에도 불구하고 신규 일자리를 만들고, 정부 부처 등과 함께 상당한 금액을 지원했다. 게임사들도 과금을 면제하고 직접적인 기부를 하는 등 활동 내역이 굉장히 많다”고 이익공유제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코로나19 수혜 기업으로 낙인 찍히는 것도 부담이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홀로 성장했다는 인식을 주게 되면 자칫 기업 이미지와 브랜드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려 내부에선 축제 분위기지만, 티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자영업자가 어려운 상황에서 코로나19의 반사이익으로 성장했다는 식으로 비치게 되면 분노의 화살이 기업에 쏠릴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정치권은) 기업들이 각종 규제를 해소해 달라고 요청할 때는 귀를 닫고 있다가, 성장에 따른 사회적 책임만을 요구하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토로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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