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공무원 수사의뢰 즉시 직위해제 가능"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전경. [아주경제 DB]

정부가 수사 의뢰를 한 공무원은 직위 해제도 바로 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10부(이원형·한소영·성언주 부장판사)는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전 원장 A씨가 행정안전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직위해제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1심 판결을 뒤집은 결과다.

행안부는 A씨가 뇌물을 받은 비위 혐의가 있다는 국무조정실 통보를 받고 2018년 9월 3일 울산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하고, 다음 날 A씨를 원장직에서 직위 해제했다.

A씨는 국가공무원법상 직위해제 요건인 '감사원이나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조사나 수사 중인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경찰이 행안부에 보낸 통지서에 적은 수사 개시 날짜는 2018년 9월 6일로 직위 해제 조처 이틀 뒤다.

1심은 수사 의뢰를 개시로 볼 수 없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경찰 측 통보서에 적힌 수사 개시 일자에야 수사가 시작됐다고 봐서다.

반면 2심 재판부는 "행안부 수사 의뢰는 소속 기관 공무원이자 연구원 원장인 A씨가 직무와 관련해 저지른 범죄 행위를 고발한다는 내용"이라며 "실질적으로 형사소송법상 고발에 해당한다"고 다른 판단을 했다. 행안부가 수사를 의뢰한 시점에 이미 수사가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는 취지다.

A씨는 2019년 12월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